대구·경북지역 지자체·교육청 금고 유치전 치열

  • 박주희 노진실
  • |
  • 입력 2014-07-22   |  발행일 2014-07-22 제3면   |  수정 2014-07-22
대구銀·농협 지키느냐···시중은행이 빼앗느냐
20140722
20140722
올해 말 계약이 완료되는 대구·경북지역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를 따내기 위한 은행권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대규모 공공금고를 맡게 되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의 예산 관리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는 물론, 직원들의 금융거래 확보 등 부가 혜택도 많아 은행마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경북지역 지자체 및 교육청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기관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어 지자체금고 유치전이 격화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포항시를 비롯해 문경시·성주군·청도군·청송군과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 등의 금고가 올해 계약이 만료된다. 특히 올해 선거에 따라 수장이 새로 바뀐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금고 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물밑경쟁이 무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자체 및 교육청 금고를 유치하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의 예산 관리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는 물론이고, 해당 공무원들의 금융거래 확보 등 부가혜택이 많기 때문에 은행마다 유치에 사활을 건다.

대구은행과 농협,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은 별도의 공공금융 관련 부서에서 기부금 산정, 예금운용방법을 설계하는 한편, 각종 행사 후원으로 지역 기여도를 높이는 등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특히 경북도 내에서 규모가 큰 1조3천억원대의 포항시와 2조5천억원대인 대구시교육청의 금고쟁탈전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경북지역 중에서도 금고 규모가 큰 포항과 구미·경산 등은 대구은행에서 주금고를 맡았고, 군 단위 지자체는 전통적으로 농협이 주금고를 맡아왔다. 새로 금고 선정을 하게 되면 이 같은 질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농협이 전통적으로 주금고 도맡아
“내줄 수 없다” 수성에 총력전


◆ 포항 등 5개 시·군 금고 유치경쟁

포항시금고 유치전은 2008년 공개입찰 때보다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시는 지난 11일 시금고 공개경쟁 공고를 냈다. 오는 29~30일 금융기관으로부터 유치제안서를 받은 뒤 내달 6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3년간 회계를 맡을 1·2금고를 각각 선정할 예정이다.

포항시의 연간 수신고는 1금고(일반회계) 1조523억원, 2금고(특별회계 및 기금) 2천718억원이고, 평균잔액도 1금고 500억~600억원, 2금고 100억~200억원이다. 도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안정적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영할 수 있어 금융기관으로서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번 포항시금고 유치전은 1·2금고를 각각 맡고 있는 대구은행과 농협의 ‘수성’과 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의 ‘도전’ 구도다. 현재로서는 2008년 공개입찰 당시의 경쟁구도에 KB국민은행이 가세한 셈이다.

1995년부터 포항시금고는 대구은행과 농협이 각각 1·2금고를 도맡아왔다. 2008년 공개경쟁입찰 이후 6년 만에 다시 공개입찰을 벌이게 된 올해는 포항시장 교체와 맞물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유치전이 예상된다.

대구은행은 포항시금고 입찰공고 다음 날인 지난 12일 포항시청에서 박인규 대구은행장 주재로 전국 부·점장 회의를 연 바 있다. 다분히 금고 유치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농협도 1금고 유치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2금고 유치에는 성공하도록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뺏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든 게 시금고 유치전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반응이다. 게다가 농협은 2012년 부산시의 2금고에서 KB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신 아픈 기억이 있다.

2008년 포항시금고 유치전에 실패한 신한은행도 대구은행과 농협의 아성에 도전한다. 신한은행은 지역기여도를 높이는 등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부산시·광주시의 2금고에 선정된 KB국민은행이 가세했다. KB국민은행은 3년 전 신설한 본사 기관영업추진부에서 사후기여방법, 기부금 산정, 예금운용방법 등을 검토하며 포항시금고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금고 계약이 만료되는 문경·청도·성주·청송 등도 선정방식이 대부분 경쟁입찰로 진행되면서 지역 금융기관 간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청송의 경우 이달 중 제안서 제출이 마감돼, 조만간 본격적인 선정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문경과 청도·성주·청송 등 4곳의 주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은 이들 시·군 금고 수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경북 지자체 금고 입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농협은 선정과정에서 농협 이용의 편리성과 그동안 쌓은 신뢰, 다방면의 사회공헌활동 사례 등을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농협 이용이 편리하고, 업무의 연속성 측면을 봤을 때도 농협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신한·하나銀 유치전 가세···과열 양상 우려도
“지역 발전 위해선 지역은행이 맡아야”


◆ 대구시교육청 9월 공고 예정, 도교육청은 22일 입찰 신청서 마감

오는 9월 공개입찰 공고를 계획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 금고 유치전도 격화될 조짐이다. 특히 시교육청 금고는 대구시금고의 전초전이 될 예정이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농협이 수성을 노리는 가운데, 대구은행과 하나은행·KB국민은행 등이 도전장을 내민다.

시교육청금고는 30여년간 농협이 독점해왔고, 경쟁 입찰방식이던 2011년에도 농협이 선정됐다. 당시 농협·대구은행·하나은행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 ‘베팅’ 경쟁으로 농협이 시금고로 선정되긴 했지만 그에 대한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말이 지역 금융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KB국민은행까지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한층 유치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농협은 ‘수성’을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농협관계자는 “음악회, 체험학습, 여름방학 사랑의 쌀 나눔, 교육장 제공 등 지역 교육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쓰고 있다”면서 “공공지원단 차원에서도 유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도 향토은행으로서 지역 사업·사회공헌도가 타 은행을 압도하는 만큼 이를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에는 유치에 성공하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에 이어 재도전할 방침인 하나은행과 이번에 새로 도전장을 내미는 KB국민은행도 손놓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북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3년간 금고를 맡을 금융기관의 공개입찰 신청서 접수를 22일 마감한다.

특별회계 3조6천억원대의 경북도교육청의 금고는 예산이 많아 금융기관이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하지만 도내 점포망 우위의 이점으로 그동안 농협이 독식해 왔다.


◆ 금고 유치 경쟁 과열 우려도

이처럼 지자체 및 교육청의 금고 유치전이 시중은행 가세로 더 치열해지는 것에 대해 지역 금융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쟁입찰방식이어서 시중은행 등이 참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또한 해당 지자체나 교육청에서도 은행 간의 경쟁으로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과다경쟁이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권의 출혈로 이어져 은행 및 지역민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시금고를 맡으면 지역 내에서 자금이 돌지만, 시중은행은 서울 및 타 지방으로 자금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은행이 금고를 맡아야 한다”면서 “시중은행은 지방은행과 경쟁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