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 속에서 구출된 저장강박장애 母子

  • 입력 2014-07-22 13:59  |  수정 2014-07-22 13:59  |  발행일 2014-07-22 제1면

 서울 상계동 주민센터의 유종원 복지사는 몸이 불편해 어렵게 살고 있다는 50대 여성 A씨의 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유 복지사는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와 온갖 잡동사니가 한 데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바퀴벌레까지 득실대는 집에서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하는 A씨와 게임에 중독돼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는 젊은 아들(33세)을 발견했다.


 파킨슨병에 걸린 A씨는 약을 먹고 간신히 복지단체에 나가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며 월 50만원 밖에 벌지 못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될 수 없었다. 건장한 자녀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아들은 청소년 시기 가정 불화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었다.


 아들은 세상에 나올 생각도, 집을 치우거나 어머니를 도울 어떤 의욕도 없는 듯이 보였다.
 유 복지사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집에서 A씨의 건강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구청이 지원하는 주택개조서비스를 권했지만 A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유 복지사는 지난 6월 노원구 복지정책과에 지원을 요청했다.


 노원구 희망복지지원단 최현주 통합사례관리사는 수차례 A씨의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눈 결과 이달 2일 A씨로부터 주택 정비 동의서를 받아냈다.


 최 관리사는 상계복지관, 보건소, 자활센터 등과 회의해 지원방안을 찾았다. 그사이 A씨는 건강이 악화해 이달 중순 입원하기도 했다.
 구는 먼저 A씨의 집을 방문해 집을 깨끗하게 정비하기로 하고 김성환 구청장과 복지관 직원들이 참여해 지난 21일 3t가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소독했다.


 22일에는 노원구 일촌나눔하우징에서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고, 23일에는 가구를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상계복지관에서는 매주 2회 봉사자가 와서 가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A씨의 아들에게도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근로의욕을 키워 일자리를 찾아줄 예정이다.
 노원구는 그동안 A씨 모자뿐만 아니라 폐휴지 등을 집안에 쌓아둬 악취와 벌레 서식으로 고통받는 저소득 저장강박증상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13가구를 발굴해 깨끗한 집으로 고쳤고, 올해는 전국 최초로 저장강박증 가구에 실비보조금 1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앞으로도 찾아가는 SOS 복지 시스템을 구축해 소외계층에 대한 방문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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