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떨게 해주겠어···무더위 식힐 신작 공포영화 뭐있나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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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5   |  발행일 2014-07-25 제42면   |  수정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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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동시에 여름을 대표하는 공포영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예년에 비해 개봉 편 수는 줄었지만 오싹한 체험을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소재로 무장한 공포영화들이 나왔다. 특히 해마다 기획력 부족과 식상한 소재 등으로 한계를 드러냈던 한국 공포영화가 절치부심 끝에 신작들을 내놓은 만큼 이번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양한 장르와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공포영화들을 만나본다.


소녀괴담…외톨이 소년과 기억을 잃은 소녀귀신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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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괴담’

‘소녀괴담’은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사: 피의 중간고사’ 등으로 대표되는 ‘학원 공포물’의 명맥을 잇는다. 귀신 보는 소년 인수(강하늘)와 소녀귀신(김소은)의 우정을 중심으로 학교에 떠도는 핏빛 마스크 괴담과 반 친구들의 연쇄 실종에 얽힌 비밀을 풀어간다는 줄거리. 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함께 10대들의 풋풋한 로맨스를 괴담에 녹여낸 ‘감성 공포’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인천 감독은 “학교는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감정을 공포로 승화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공간이 오싹한 공포의 근원지가 될 수 있음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성공포를 표방했지만 ‘소녀괴담’은 공포영화로서의 기본기에도 충실한 편이다. 무엇보다 공포영화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요소는 바로 섬뜩한 귀신의 존재. 그만큼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귀신은 타이밍만큼이나 외적으로 보이는 비주얼이 공포감을 자극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녀괴담’에는 지하철귀신, 창고귀신, 마스크귀신 등이 등장해 색다른 공포를 안겨준다. 드라마 ‘상속자들’ ‘몬스타’ 등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라이징 스타 강하늘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 ‘마의’ 등으로 두각을 드러낸 신세대 스타 김소은의 풋풋한 감성연기도 확인할 수 있다.


터널 3D…색다른 체험형 공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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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3D’

‘터널 3D’는 국내 공포 영화 최초로 FULL 3D 촬영 기법을 도입해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터널이라는 한정되고 어두운 공간이 선사하는 서늘한 공포감과 낯선 존재로부터 쫓기는 긴장감으로 호러 장르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공포 장르에서는 어떤 무서운 대상이나 효과 같은 것들이 중요하지만, ‘터널 3D’는 무엇보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캐릭터의 변화가 흥미로운, 드라마 중심의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박규택 감독은 “터널은 신비하게 느껴지면서도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호기심과 충동이 생기는 장소다. 이러한 곳에서 느끼는 공포가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았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폐탄광 지역에 조성된 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간 20대 남녀들이 겪게 된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탄광 지역을 배경으로 한 만큼 태백, 정선, 광명의 탄광 지역에서의 촬영과 실제 크기의 탄광세트 제작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사실감을 더했다. 청춘 호러물답게 차세대 배우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장르적인 신선함, 소재의 신선함에 이끌려 선택했다”는 연우진과 기존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른 강인한 매력을 선사한 정유미는 “디테일한 표정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신사바 2…익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일상의 공포를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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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2’

‘분신사바 2’는 ‘가위’ ‘폰’ ‘분신사바’ 등을 연출한 한국 공포영화의 거장 안병기 감독의 신작이다. ‘분신사바’(2004)가 ‘여고’를 배경으로 잔인한 이기심이 부른 질투가 만들어낸 한 아이의 죽음과 저주에 초점을 맞췄다면, ‘분신사바 2’는 대학 동창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과 갈등을 다뤘다. ‘분신사바’의 중국판인 ‘분신사바 2’는 중국에서 개봉 반나절 만에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류 공포를 일으킨 바 있다. 귀신을 부르는 주문인 ‘분신사바’를 통해 일상의 공간에 잠복한 원초적인 공포를 한의 정서로 포착해 심리 공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고괴담-여우계단’ ‘요가학원’ 등으로 진정한 호러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한별이 주연을 맡았다.


주온: 끝의 시작…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영화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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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끝의 시작’

1999년 발표된 시미즈 타카시 감독의 호러 비디오로 시작된 ‘주온’은 전 세계적인 공포 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특히 ‘주온’ 하면 떠오르는 이불 속 귀신, 귀를 파고드는 공포음, 뼈를 깎는 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귀신 등은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포의 최대치를 선사했다. 그 세 번째 이야기인 ‘주온: 끝의 시작’은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인 토시오가 등장해 담임 선생님 유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을 다뤘다. 토시오는 하얀 얼굴과 검은 눈의 쇼킹한 비주얼, 그리고 예고 없이 등장해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주인공. ‘주온: 끝의 시작’에서는 외적인 것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해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게 만든다. 베일에 싸여 있던 토시오의 탄생 스토리도 밝혀진다고 하니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선생님 유이 역할은 일본의 인기 모델 출신 배우 사사키 노조미가 맡았다.


유아넥스트…공포, 액션, 스릴러가 제대로 어우러진 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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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넥스트’

‘낯선 이들이 우리 집에 침입한다면?’ ‘유아넥스트’는 이 같은 보편적인 두려움을 기반으로 생생한 공포와 스릴을 숨 가쁘게 담아낸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주거 침입 범죄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평온하던 저택을 순식간에 소름 돋는 공포의 현장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이는 수년간 혁신적인 스타일의 장르 영화를 고집해온 애덤 윈가드 감독의 힘이다. 그는 초자연적인 심령 공포의 요소를 배제하고 사실적이고 등골이 오싹한 공포를 보여주는 것에 천착해, 범인이 누구인지 끝까지 팽팽한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스릴과 전율이 넘치는 롤러코스터’라는 판타스티스크 영화제의 평가처럼 강렬한 영화적 경험이다.

주목할 것은 잔인한 악당들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화끈한 반전 액션을 선사하는, 여전사로 변신한 에린 역의 샤니 빈슨이다. 총과 칼이 아니라 석궁, 장검, 도끼, 피아노 줄 등 평범하지 않은 무기를 이용해 고전적이고 초현실적 액션 스타일을 완성해낸 점도 인상적이다. 공포 영화의 관습과 장르의 규칙을 깨뜨리는 재기 발랄한 설정과 놀라운 반전은 특히나 끔찍함보다는 청량음료를 마신 듯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더 퍼지: 거리의 반란…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신선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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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지:거리의 반란’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은 1년 중 단 하루 12시간, 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퍼지데이’라는 독창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퍼지’(2013)의 후속작이다. 당시 할리우드 R등급 스릴러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며 전미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개봉 3일 만에 제작비의 12배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개봉 5일 만에 속편 제작 확정으로 이어졌다. 무대를 도시 전체로 옮겨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과 스케일로 무장한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은 참신한 소재를 지닌 영화의 가공할 힘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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