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시신 부패 심해 장기 소실…초동수사 부실에 사망원인 미궁

  • 입력 2014-07-26 07:23  |  수정 2014-07-26 07:23  |  발행일 2014-07-26 제4면
■ 국과수도 못 밝힌 유병언 사망원인
“독극물 미검출” 유씨 도주행적…시신 발견장소 입체조사 필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발표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의 요지는 ‘정확한 사인을 판명할 수 없다’는 다소 허망한 내용이었다.

적어도 유씨가 뱀에 물리거나 독약으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사실상 새롭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지병을 앓고 있던 유씨가 도주하다 탈진으로 자연사했는지, 누군가에게 맞거나 목을 졸려 죽임을 당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유씨의 시신이 너무 오래 방치돼 심각하게 부패돼 대부분의 장기가 소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다.

시신 부검으로 확인된 것은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씨의 사망과 관련한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려면 유씨의 도주 행적과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대한 면밀하고 입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신에선 마땅히 확인할 것이 없다”

유씨의 시신은 경찰이 밝힌 것과 달리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었다. 머리 등 일부분이 구더기로 인해 심각하게 손상됐지만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근육이 남아 있었다.

일단 확인된 것은 유씨가 독극물에 중독되거나 독사에 물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목이 잘려 나갔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흉기에 찔린 흔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외력에 의한 충격이나 목졸림 등 다른 형태의 타살 의혹이 있는지, 유씨가 지병이나 탈진, 저체온증 등에 의해 자연사했는지 등은 심장이나 폐 등 장기가 너무 심하게 부패돼 파악이 불가능했다.

경찰이 지난달 12일 변사체를 발견했을 때 초동수사를 제대로 해서 그 시신이 유씨일 개연성에 주목하고 서둘러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면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가뜩이나 유씨 시신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한 경찰의 설명에도 또 다른 물음표가 따라붙는 등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과수에서도 명확한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못함에 따라 유씨 변사 사건에 대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부검 때와 국과수 정밀 부검 때 시신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국과수는 1차 부검과 국과수 부검 때 촬영된 유씨의 치아 사진을 제시하면서 같은 시신이라는 내용으로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 공은 다시 수사당국으로

결국 유씨의 사인을 규명하는 것은 수사당국의 몫이 됐다.

이날 발표장에 나온 가톨릭대 강신몽 법의학교실 교수는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국과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인 규명은 시신 부검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씨의 행적과 현장에서 얻은 단서를 함께 분석하면서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씨가 숨진 채 발견된 전남 순천 송치재 매실밭 현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인근 지역의 지형적인 요건과 당시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곳의 환경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큰 곳”이라며 “유씨가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숨진 모습이 찍힌 현장사진을 보면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인해 오히려 덥다고 착각하는 ‘이상탈의’ 증상을 겪은 정황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대한 추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유씨의 유류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지팡이나 가방에 담겨 있던 매실 등 열매는 대수롭지 않게 버리기도 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결국 사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는 일은 유씨 변사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순천경찰서에 설치된 경찰 수사본부의 몫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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