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피우는 청소년…대책 없는 교육당국

  • 임호
  • |
  • 입력 2014-07-26 07:19  |  수정 2014-07-26 07:19  |  발행일 2014-07-26 제7면
전문가들 유해성 경고
금연 유도 대신 중독 우려
당국 현황 파악도 못해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골목에 중·고교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뭔가 다른 듯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전자담배이다.

전자담배를 피우던 고교생 A군은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구입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학원에서도 쉬는 시간에 전자담배를 피운다”며 “요즘 전자담배를 피우는 친구가 아주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대구지역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실제 흡연과 비슷한 기분을 주고, 학교에서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해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전자담배는 불을 붙인 뒤 연기를 흡입하는 일반 담배와 달리 기기에 액상을 투입하고 수증기로 흡연한다. 때문에 냄새가 적고, 액상의 맛도 다양하다. 일부에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져 담배를 끊으려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용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있다.

동산병원 김대현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자담배는 담배에서 니코틴을 추출한 담배 대체제이다. 청소년들에겐 전자담배가 금연을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중독을 유도할 수 있다”며 “특히 재미 삼아 전자담배를 피우다 보면 정말 흡연을 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청소년들은 전자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청소년의 전자담배 구매 등을 차단하기 위해 전자장치와 부속품(배터리, 카트리지 등) 등 전자담배 기기장치류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했다. 청소년에게 판매·대여·배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매장에서는 성인 신분증만 갖고 가면 별 확인 없이 판매한다.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사용하던 중고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반면 교육당국은 천하태평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역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어느 정도인지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흡연이나 금연업무를 담당하지, 전자담배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적발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