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정견과 원칙, 대중 가슴에 담아야”…‘명량:회오리 바다’김한민 감독 인터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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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8 07:41  |  수정 2014-07-28 09:47  |  발행일 2014-07-28 제22면
후반작업에만 1년…할게 많아 긴 시간이라 안느껴
세대·계층간 분열 해소하는 통합 아이콘으로 기대
이순신 장군역 최민식, 운명적으로 작품 받아들여
20140728

누가봐도 승산이 없는 무모한 싸움이었다. 신식 화포와 조총으로 무장한 왜선 330척과 대적하는 조선군의 함선은 고작 12척. 게다가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왜군의 기세에 눌려 조선군의 사기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명량:회오리 바다’(이하 명량)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있던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6년이 흐른 1597년(선조 30)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리고 과감히 세계해전사에 길이 남아 있는 명량대첩과 이 위대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이순신을 소환한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생생히 살아있는 이순신 장군의 정견, 바른 안목과 원칙, 그리고 정신이 대중의 가슴 속에 깃들기를 바랐다.” 전작 ‘최종병기 활’을 통해 액션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을 21세기에 불러낸 이유다. 그는 명량대첩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전쟁의 생생한 볼거리와 캐릭터에 주목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신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의 심리다. 단순한 볼거리로서의 전쟁이 아닌 ‘명량’만의 드라마와 긴장감이 오롯이 살아 있는 한 편의 장대한 전쟁서사극은 그렇게 완성됐다.


-개봉을 기다리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다.

“아직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후반작업에만 1년의 시간을 투입했지만 그 기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해상전투신 분량이 많다보니 CG로 처리할 게 수두룩했고 대부분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게다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오는 중압감이 컸다. 그 모든 것을 피하기보다는 정공법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결과물을 내놓은 지금, 나름 의미있는 작업을 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이미 잘 알려진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녹여내고 싶었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이 ‘이순신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였다. 난중일기를 직접 쓰신 분이니까 거기에 중점을 주고 새롭게 해석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초점을 해전에 맞췄다. 그렇게 해서 더도 덜도 말고 아주 담백한 무인으로서 명확한 원칙과 나라관을 가지고 있는 이순신의 느낌을 보여준다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역사관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기다.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을 듯하다.

“30년 동안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가 없었다. 때문에 잘 못 만들면 욕을 엄청 먹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왜 만들어야만 하는 가에 대한 의식은 명확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특히 세대간 계층간 분열, 개인의 고립감과 단절감이 커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가 지금 이 시대에 꼭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었다. 그분을 소환해 통합의 아이콘, 동질성과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는 줄 몰랐다.

“그 지점에서 너무 대의가 큰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한 나의 대의는 그랬다. 따라서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이순신의 정신적 엑기스가 가장 잘 녹아 있는 것이 명량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위기의 순간에, 가장 절망의 순간에, 그리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그 순간에 느꼈을 그분의 심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명량은 불굴의 의지, 뚜렷한 삶과 죽음에 대한 생사관 등이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CG작업이 실사와 구분을 할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해상전투신도 좋았지만 특히 울돌목에서 회오리치는 바다의 모습이 압권이다.

“할리우드도 이 정도의 리얼톤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명량’을 통해서 한국 CG기술이 1.5단계 도약했다고 보면 된다. 울돌목 부근의 바다를 찍어오면 그 위에 CG를 입혔다. 그리고 3G로 모델링한 배들과 합성을 했고 영화의 맥락에 맞게 톤 조절을 해나갔다. 그런데 그 합성기술이 고난도인데도 결과적으로 리얼감이 잘 살아있게 표현됐다. 모두가 국내 CG업체인 매크로그래프 덕이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스펙터클한 볼거리에 더해 캐릭터와 드라마가 살아있었다. 최민식의 캐스팅은 그 점에서 주효했던 것 같다.

“일단 이순신 역은 내공이 깊은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공이라 함은 연기적인 경륜과 이순신을 해석하고 역에 몰두할 수 있는 힘이다. 게다가 나이대까지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니 이 조건을 갖춘 배우는 최민식 선배뿐이었다. 최 선배도 이 작품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참고한 자료는 뭔가.

“난중일기가 영화의 큰 골격이 됐다. 이순신 관련 책도 많이 있지만 해전과 관련된 부분은 제대로 설명된 게 없었다. 솔직히 이 부분을 갈구했는데 아쉽고 답답했다. 다행히 난중일기에 해전에 관한 기록이 있어서 이를 토대로 작업을 했고, 그분의 생각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61분에 해당하는 해상전투신에서 특히 인상적인 건 ‘충파’였다.

“적을 몹시 세차게 부딪쳐서 부수는 방법이다. 왜선은 대부분 참조선이다. 구조를 보면 V자형으로 뾰족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복원력이 약하다. 충격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 배는 평조선이다. 웬만한 충격에도 밀리지가 않는다. 그만큼 조선의 판옥선이 강했다. 재질을 살펴봐도 일본은 삼나무를 사용했고 우리는 소나무를 사용했다. 건조방식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들은 쇠못을 사용하기 때문에 못이 헐거워지거나 녹이 슨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격자로 엮어주고 나무못을 사용했다. 이게 물에 불면 더 짱짱하게 결속력이 좋아진다. 선조들의 지혜를 거기서도 엿볼 수 있다.”



-결과물에는 만족하나.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처음해보는 작업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효율적인 설계를 했으면 하는 생각은 든다. 워낙 대작이라 해야 할 양도 방대했고, 그것들을 추스르며 가는 과정에서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제작기간이 길어졌다. 한 번 경험을 해보니 그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담아내고 좀 더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도 찬찬히 복기하는 중이다.”



-웅장한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음악감독이 많이 힘들어했다. 처음에는 ‘활’처럼 동양적이고 토속적인 음악을 사용했는데 안 어울렸다. ‘명량’은 웅장한 스케일이다 보니 해전의 힘과 스케일을 받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음악적인 콘셉트를 잡기 시작했고 음악 감독이 고전 시대의 서양 악기와 서양 음계를 사용해서 이순신을 받쳐준다면 스케일에 맞는 음악을 만들 자신이 있고, 이순신의 고뇌나 이런 것까지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이 음악의 콘셉트가 잡혔다.”



-차기작은 뭔가.

“역사 3부작이 완성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역사극을 다룬다면 개인적으로는 일제강점기를 다루고 싶다. 우리 선조들의 국난사를 보았을 때 가장 힘든 시기가 병자호란, 임진왜란 그리고 일제강점기다. 앞의 두 시기는 다뤘으니 이제 남은 건 일제강점기다. 지금 숨고르기 중이다.”



-이후 계획이 있다면.

“몽골로 여행갈 생각이다. 몽골은 시온적인 느낌이 있어서 좋다. 가서 말도 타고 별도 보면서 모처럼 자연과 하나가 돼보려고 한다. 물론 작품구상도 하고 올거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퍼스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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