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흔들리는 TK 민심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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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28   |  발행일 2014-07-28 제30면   |  수정 2014-07-28
20140728

지역에서도 추락한
박 대통령 긍정평가
위기의 진짜 본질은
부정평가 급속증가
민심잡기에 팔 걷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51.5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표는 48.33%였다. 나머지는 무효표다. 당시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80.48%라는 몰표를 줬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준 대구·경북 유권자는 19.49%였다. 박 대통령만을 놓고 보면 찬·반 격차는 60.99%포인트, 4배였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의 2014년 7월 넷째주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평가한 응답자는 전국적으로 40%였다. 부정평가는 50%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의견을 유보했다. 같은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경우 긍정평가가 53%, 부정평가는 36%였다. 물론, 대선 득표율과 여론조사 지지율을 단순하게 비교평가해 국민들이 얼마나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는지를 유추하는 건 다소 억지일 수도 있다. 대선 때 투표자가 3천만명이 넘었지만 여론조사 응답자는 1천명(대구·경북 100명) 수준인 까닭이다. 다만, 한국갤럽 외의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오는 만큼 국민여론의 큰 흐름을 읽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

대선 득표율과 한국갤럽의 조사를 비교해 보면, 박 대통령을 찍었던 국민 가운데 10%가량이 19개월 만에 지지를 철회했다. 반면, 찍지 않았던 ‘반대파’는 그때나 지금이나 엇비슷한 50% 수준이다. 사실 이런 수치는 박 대통령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집권 기간 대선 득표율만큼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48.67%로 당선됐지만 국정수행 내내 긍정평가 비율은 대선 득표율을 크게 밑돌았다. 집권 초반 광우병 파동 때는 20%대 지지율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그런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현 집권층이 현실을 직시하고,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다. 대구·경북의 악화된 민심이다.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긍정평가한 유권자가 27%포인트가량이나 적다. 지역의 ‘박근혜 지지자’가 10명 중 8명꼴에서 10명 중 5명 남짓으로 크게 줄어든 셈이다. 더욱 주목되는 건 ‘안티 박근혜’로 분류할 수 있는 지역민들도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찍지 않은 유권자는 10명 중 2명꼴이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부정평가하는 응답은 10명 중 3~4명으로 늘었다.

대구·경북의 박 대통령 긍정평가는 지난해 극심한 인사파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TK 역차별론’이 제기됐을 때도 40% 중반~50% 초반(한국갤럽 조사 기준)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정평가가 30%대를 넘어 40%에 가까워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정지연 이사는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지역적 기반인 대구·경북에선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긍정평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다가도 비교적 빠르게 복원되는 특성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 복원력이 많이 약화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또 쌀 시장 개방이 당장은 유병언씨 추정 사체 발견에 가려 있지만 고령층 농민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세월호 참사 수습과 유병언씨 체포 과정에서 나타난 국정운영 난맥상, 잇단 인사실패에 따른 지역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다른 지역 못지않게 커지고 있음을 읽게 한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묻지마 지지층’으로 간주하던 TK민심마저 흔들리는 현상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 일색인 대구·경북 국회의원 27명도 위기의식을 갖고 민심수습에 팔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으면 다음 총선 때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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