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하)삼겹살 이야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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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08   |  발행일 2014-08-08 제41면   |  수정 2014-08-11
최고의 맛 낼 수 있는 삼겹살의 두께는?…3.5㎝!
두꺼운 삼겹살구이시대
추자도 멜젓에 찍어먹는
두꺼운 삼겹살왕소금구이
발원지는 제주 ‘돈사돈’
20140808
스테이크처럼 두꺼운 돼지고기 왕소금구이 시대를 연 대구 ‘맛찬들 왕소금구이’ 이동관 대표가 직접 고기를 구워보이고 있다.

스테이크처럼 두툼한 ‘두꺼운 삼겹살 왕소금구이(이하 두삼)’ 시대다.

두삼 신드롬의 진앙지는 제주시 노형동 ‘돈사돈’. 여기서 ‘제주도 생근고기 특수’가 일어난다. 2005년쯤 문을 연 돈사돈은 2009년 방영된 강호동의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초대박을 친다. 돈사돈은 보라색 ‘제주 흑’ 검인이 찍힌 제주도 흑돼지를 추자도 멜젓(멸치젓갈) 소스에 찍어 먹게 한 게 성공 포인트. 가스와 참숯 대신 1960~70년대 제주도 토박이들이 즐기던 연탄불구이를 부활시켰다. 드럼통 테이블을 사용해 일명 ‘깡통근고기’로 불렸다. 제주도에선 두삼을 일명 ‘근고기’라 하는데, 통상 한 근 단위로 팔린다. 영농법인 길갈축산 오영익 대표는 “제주도 토박이는 원래 돔베(도마)수육을 즐기지만 구이 문화도 60년대부터 존재했다가 10여년 전부터 근고기구이 붐으로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돈사돈이 대박이 나자 제주공항 근처인 노형동엔 동시에 1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빌딩형 근고기 전문식당이 들어선다. 2011년 문을 연 ‘늘봄’, 바로 옆에 ‘흑돈가’가 마주보고 선다. 이 둘은 ‘빌딩형 근고기 집’시대를 열었다. 이와 함께 제주시 건입동에 ‘흑돼지 거리’가 생기고, 20여개 업소가 들어선다.

제주도 근고기 붐은 대구 돼지구이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돈사돈의 허락도 없이 유사상호로 체인사업을 한 모 브랜드는 현재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참고로 돈사돈은 체인사업을 하지 않는다.

현재 제주도에선 제주 흑돼지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육지의 돼지고기도 반입금지다. 대신 도축된 돼지고기의 65% 정도가 육지로 흘러들어간다. 제주 흑돼지 공동 브랜드인 ‘흑다돈’까지 탄생했다. 현재 인증점은 전국에 모두 24개소. 아직 대구에는 유통되지 않는다.

현재 제주도 흑돼지를 키우는 양돈가는 모두 302개 농가. ‘제주 재래 흑돼지’로 불리는 ‘똥돼지’도 350여두 사육되지만 육질이 질겨 그다지 사랑은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 흑돼지는 제주시 애월읍 도축장에서 하루 3천200여두 도축된다.

이젠 ‘돈’ ‘근고기’ ‘제주’란 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손님이 외면할 정도. 그러니 비슷한 상호가 난립할 수밖에. 돈사돈과 비슷한 돈앤돈, 돈육돈, 한돈시대, 미스돈, 정행돈, 농협목우촌 미소와돈 등이 지역에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맛찬들 왕소금구이, 솔낭구, 존슨식당, 고령불 등도 자기만의 구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특이한 불판도 등장했다. 대구시 동구 동촌 구름다리 옆 농협목우촌 미소와돈은 특이하게 피아노선 불판을 사용한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옛 계명전문대 돌계단 맞은편에 있는 고령불은 기존의 숯불직화구이의 단점을 보완하고 바비큐의 장점을 어느 정도 살려 원적외선 돌을 깔고 그 위에 석쇠를 올린, 덜 타는 이중불판을 사용한다.

‘맛찬들 왕소금구이’

좋은 맛 위해 불판온도 재 숯에 기름 떨어지지 않는

특허불판 만들어 사용 육즙 건조되지 않도록

화로 옆 철제덮개 덧씌워 고기는 14일 숙성시켜 내놔


◆ 맛찬들…3.5㎝ 왕소금구이 탄생하다

2007년 대구시 북구 서변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근처에 문을 연 <주>맛찬들 왕소금구이.

본점에 이어 최근 범어네거리 그랜드호텔 서쪽 골목에 직영점을 낸 이동관 대표는 여느 구이집에선 좀처럼 시도하지 못한 구이 방법을 고안해 내고 특허 불판까지 만들었다. 1988년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그는 경남 창녕 부곡 로얄호텔에서 스테이크를 구웠다. 제대한 뒤 우방랜드, 용인 에버랜드, 핀외식연구소 등을 거쳐 12년 전 북구 서변동에서 정성축산을 차린다. 5년간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본질에 대해 파고든다.

당시 삼겹살을 먹으면서 육즙을 느낀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는 돼지 육즙을 맛보려면 반드시 일정 두께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시 좀 두껍다 해도 1.2~1.5㎝ 정도. 하지만 그는 2㎝부터 조금씩 두께를 올리면서 4㎝까지 구워봤다. 결국 3.5㎝가 구이용으로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두께라는 결론을 내린다.

좋은 맛을 위해선 일단 불판의 온도가 중요했다. 불판 온도를 재는 온도기까지 투입했다. 기본 220℃에서 시작해 310℃에서 굽기를 마쳤다.

“양식당에서 사용하는 저만의 그릴링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숙달된 직원이 4분30초 정도에서 굽기를 마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고기를 불판에 올려 겉면에 핏물이 감돌고 윤기가 나면 뒤집어 굽고, 즉시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줍니다. 손님에게 맡겨두면 20분이 지나야 한 점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두 달 정도 고기 굽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는 고기 숙성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얼마 전 채널A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 출연해 저등급 쇠고기를 잘 숙성시켜 1등급 마블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비결을 선보였다.

“보통 영하 1℃에서 쇠고기는 25~35일, 돼지고기는 14일 숙성시켜야 정말 제대로 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육질이 물러지죠. 3일 정도의 사후경직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숙성이 시작되죠.”

이 집 불판과 화로는 구조가 좀 특이하다.

“저는 기름이 절대 숯에 떨어지지 못하게 기름이 숯 밖으로 떨어질 수 있는 특허불판을 만들었습니다. 기름이 타면 유독성 물질이 고기에 전달됩니다. 집연할 때의 흡입 공기가 육즙을 건조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별도의 철제 덮개를 화로 옆에 덧씌웠습니다.”

반찬도 음식궁합에 맞도록 여수갓김치, 동치미, 과일이 들어간 콩나물겉절이, 묵은지, 꼬시래기 등을 낸다. (053)939-9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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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도발(發) 두툼한 돼지고기인 근고기 붐이 새롭게 일고 있다. 기존의 얇은 삼겹살 시대에서 제주도 멸치젓(멜젓)을 소스로 한 두툼한 고가의 목살 왕소금구이 등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존슨식당’의 제주도 흑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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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근고기의 원형을 보이고 있는 ‘존슨식당’의 흑돼지 왕소금구이와 멜젓 소스. 육질이 거의 쇠고기를 닮아 많이 먹어도 별로 느끼하지 않다.


‘존슨식당’

제주 근고기 전문 입소문 어른 주먹만한 덩어리 고기

연탄불서 10분간 초벌구이테이블 옮겨 고온의 참숯에

식어도 육즙 그대로 머금어


◆ 존슨식당…연탄불에 초벌, 참숯에 재벌구이

2012년 6월

대구시 남구 이천동에 새로운 버전의 제주 근고기 전문점 하나가 탄생했다. ‘존슨식당’이다. 식당 주인은 현직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는 우연히 새로운 수입원을 찾기 위해 고깃집을 오픈한다. 디자이너와 돼지고기 집, 뭔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가 ‘기본기의 성공담’을 알려준다.

“음식 솜씨는 없어도 식재료에 대한 정도(正道)만 지키면 기본은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지역 파워블로거 사이에 꽤 인정을 받고 있다. 600g에 3만6천원. 정말 ‘한 근’고기다. 초벌할 때 어른 주먹만 한 덩어리 고기를 연탄불에서 굽는다. 두께가 족히 4㎝는 될 것 같다. 주인은 이 정도 두께라야 제대로 육즙이 형성되고 절정의 돼지고기 맛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100~150g에 익숙한 손님은 주인의 그런 설명을 곡해하기도 하지만 나중엔 다들 근고기를 선호한다.

그도 처음 몇 달간은 돈사돈의 특수행렬에 가세했다. 아무리 제주도 고기가 좋다고 하지만 매일 육질이 달라져 실망했다. 비싸지만 제대로 된 제주 흑돼지를 수소문했다. 이런저런 유통상한테 고기를 받아봤다. 모양은 그럴듯했지만 구워보니 푸석했다. 현재 그는 한라축산유통을 통해 상급 흑돼지를 받아 사용한다. 1㎏ 기준, 일반 백돼지는 1만9천500원 선인데 제주 흑돼지는 2만4천원 이상.

새로운 굽기방식을 시도했다.

연탄불과 참숯을 동시에 이용한 것. 오후 3시 출근한 찬모가 너무 뜨겁지 않은 중불 정도의 연탄불에서 10분 남짓 초벌구이를 하고, 이후 식탁으로 갖고 와 고온의 불판에서 다시 5분 정도 구워준다. 여느 집에선 미리 썰어놓은 고기가 10분 이상이 되면 과자처럼 바싹거리지만 여기는 식어도 육즙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식감은 꼭 쇠고기 스테이크.

근고기에는 어김없이 멜젓이 붙어 다닌다. 하지만 지역에서 고가의 추자도 멜젓을 그대로 사용하는 집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원가 때문에 상당수 육지의 멸치젓을 제주 멜젓으로 속여 내기도 했다. 그는 한 말에 4만여원짜리 추자도 멜젓을 사용한다. 멜젓에 한라산 소주를 넣고 고추·마늘·고춧가루를 넣어 구이용 소스로 빚는다. 1년 이상 숙성된 걸 세 달에 한 번 주문해 사용한다. 목살은 멜젓, 비계 부위는 갈치속젓에 찍어먹도록 한다. 케첩에 고추냉이를 섞어 아동용 특제 케첩도 만들었다.

육질은 새로운 맛의 탄생이라고 할 정도로 빼어나다.

원래 존슨식당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부대찌개 전문점. 이 집도 부대찌개를 잘 끓이는데 사골육수 대신 멸치육수로 끓이며, 일명 ‘존슨탕’이라 한다. 1만2천원.

둘째·넷째 일요일은 휴무. 남구 이천동 297-10 (053)471-9295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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