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서 사는 맹꽁이 한번 본 적 있나요?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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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19   |  발행일 2014-08-19 제10면   |  수정 2014-08-19
제대로 만든 ( )가 대구를 바꿨습니다
FUN & 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8> 맹꽁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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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열린 맹꽁이 축제는 대구에서도 즐기며,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아름다운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시민들이 맹꽁이가 서식하는 대명유수지와 달성습지를 둘러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 7월19일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 대명유수지 옆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구 최초의 생태축제를 만끽하는 소리였다.

이날 대구시가 주최하고 <사>대구경북늘푸른자원봉사단이 주관한 ‘맹꽁이야~ 놀자, 2014 생명사랑 환경축제’에는 2천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도심에선 찾아보기 힘든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를 주제로 하다 보니,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경기도, 경남, 부산에서도 자녀와 함께 찾아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독특한 주제만큼이나 내용도 알찼다.

맹꽁이 생태 체험할 수 있어 가장 인기있는 맹꽁이 학교

16개로 구성된 체험부스 중 맹꽁이를 직접 보며 생태를 이해할 수 있는 ‘맹꽁이 학교’는 단연 돋보였다. “엉덩이를 뒤로 쭈~욱 빼고, 좌우로 실룩실룩 흔들어보세요. 그게 바로 맹꽁이가 땅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에요.” 석윤복 생태해설사의 설명을 듣던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모래 위에 있던 맹꽁이가 진짜 뒷발과 엉덩이를 이용해 실룩실룩거리며 모래 속으로 들어가자 ‘와~’ 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맹꽁이는 땅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 주변이 뾰족해지고, 피부가 미끈하다는 생태해설사의 추가 설명에 아이, 어른할 것없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5살, 6살 된 두 아들을 데리고 생태축제 현장을 찾은 박성해씨(44·달서구 상인동)는 “맹꽁이 생태축제가 있다기에 반신반의하면서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며 “맹꽁이를 직접 보고, 상세한 설명까지 듣고, 다양한 체험활동까지 하니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 한다”고 말했다.

생태해설사들의 안내를 받아 맹꽁이가 서식하는 대명유수지와 달성습지를 둘러보며, 다양한 동식물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제대로 된 생태축제 하나가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새삼 부각됐다.

대구경북늘푸른자원봉사단은 이날 맹꽁이 축제를 찾은 학부모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축제 참가 전 ‘맹꽁이에 대해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0.8%인 454명이 모르거나, 맹꽁이 이름 정도만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축제에 참가한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축제가 맹꽁이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8.8%인 494명이 기본적인 지식이 생겼고, 맹꽁이를 비롯한 양서류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답했다. 또 축제를 통해 ‘습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나’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97.8%인 489명이 습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게 됐다고 답했다.

제대로 된 생태축제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국내 여러 도시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대구가 배워야할 다른 도시의 생태관광자원 활용법

해운대로 대변되는 관광도시 부산은 을숙도, 삼락, 일웅도 습지, 낙동강 하구 물억새길 등의 생태자원을 하나로 묶어 생태관광코스로 활용 중이다.

석유화학과 조선·자동차 등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은 태화강 하나로 생태도시로의 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여름에는 백로생태학교, 겨울에는 떼까마귀 등 철새체험학교를 운영한다. 고래와 연어, 반딧불이 등 새로운 생태관광자원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창녕 우포늪은 람사르습지라는 점을 활용해 철새관찰과 생태체험, 순천시는 순천만과 순천만정원을 활용해 도시가 아닌 ‘정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서산 천수만 철새도래지에서는 철새탐조투어, 갯벌체험교실, 곤충체험교실을, 서천·금강하구는 도요새를 활용해 서천 습지여행 및 생태체험여행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있다.

대구도 생태자원 가치는 충분하다

생태전문가들은 대구도 달성습지와 대명 유수지, 안심습지, 동화천, 신천 등은 도심형 생태자원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달성습지는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다양한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대구 최대의 공업지역인 성서공단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매년 수십만 마리의 맹꽁이가 새롭게 태어나고, 수천 마리의 멸종위기종 철새가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를 찾는다.

‘대구의 우포늪’이란 애칭을 가진 안심습지는 강폭이 넓은 금호강에 직선 제방을 쌓음으로써 금호강 일부가 분리되어 형성된 배후습지이다. 안심습지의 강 제방에 올라서면 금호강의 확 트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개개비, 덤불해오라기, 쇠말닭, 물닭, 백로류, 가창오리, 원앙, 큰고니, 쇠부엉이, 수리부엉이, 흰꼬리수리 등과 같은 철새를 사계절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인 동화천은 팔공산 계곡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군데군데 골짜기를 휘돌아 무태를 지나며, 금호강과 합류한다. 팔공산과 대구도심을 흐르는 신천, 대구수목원 등도 도심 속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사>한국산림생태연구소 조현제 이사장은 “달성습지 일대 대명유수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맹꽁이 서식처일뿐만 아니라, 대도시 속 생태습지라는 독특한 환경을 갖고 있다”며 “이번 맹꽁이 축제를 계기로 대구에도 새로운 형태의 생태축제를 통해 소비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정답:맹꽁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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