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괴연저수지 둑 붕괴 ‘人災’…경북도 이달 태풍대비 점검 대상서도 제외

  • 유시용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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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2   |  발행일 2014-08-22 제3면   |  수정 2014-08-22
“지난해부터 제방 물 새 보수 요구했지만 묵살” 주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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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영천시 괴연동 괴연저수지의 둑 10m가 무너져 저수지의 물이 괴연동 마을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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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소방대원 등이 침수지역의 물을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21일 오전 발생한 영천시 괴연저수지 둑 붕괴사고는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물이 새는 괴연저수지의 정비를 요구한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괴연저수지 주변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콘크리트 여수토와 흙으로 조성된 제방 사이에서 물이 새어나와 보수를 요구했는데 묵살됐다. 제때 보수를 했으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5월말 영천시청을 찾아 저수지에 물이 새는 것 같다며 보수를 요구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중호우가 있을 것이란 기상특보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수된 저수지 물을 미리 흘러 보내지 않는 등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천시는 별다른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급조정 및 정밀안전진단 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의 저수지 안전점검이 별다른 장비없이 육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괴연저수지도 1945년에 축조돼 내구연한(60년)을 10년 가까이 넘겼지만 안전도 B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사고 저수지는 10여년 전에 정비가 이뤄진 이후 붕괴 때까지 단 한 차례의 보수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영천시 관계자는 “노후 저수지는 많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적기에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18일부터 저수량이 70~80% 이상인 저수지는 집중호우를 대비해 미리 통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의 재해취약 저수지 긴급 현장점검도 요란한 구호에만 그쳤다.

경북도는 지난 7~8일, 제11호 태풍 ‘할롱’에 대비해 재해취약 저수지 428개에 대한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했지만 사고 저수지는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괴연저수지가 약간의 문제가 있으나 저수지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B등급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저수지가 노후돼 주민이 보수 요청을 했는 데도 행정당국은 육안 검사에 의존하는 점검에서 B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긴급 현장점검은 재해취약저수지, 공사중인 저수지 중심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영천=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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