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극단 3년째 운영 ‘나를 또다시 외치다’기획 이미은씨

  • 이효설,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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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5 07:47  |  수정 2014-08-25 07:47  |  발행일 2014-08-25 제23면
“꾸준히 관심끄는 심리극…서울서도 보러와요”
사람이면 어떤식이든 결핍 있어
아픔 공감한 관객들 눈물 흘리기도
마음의 빈자리 채우며 치유 효과
온누리 극단 3년째 운영 ‘나를 또다시 외치다’기획 이미은씨
‘심리극’이라는 색다른 연극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는 연극배우 이미은씨는 “누구라도 심리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심리극 ‘나를 또다시 외치다’는 10월 중순 공연된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지역에 서울·인천에서도 찾아와 보는 연극이 있다. 바로 극단 온누리에서 3년째 선보이고 있는 심리연극 ‘나를 또다시 외치다’이다. 지난 21일 오후, 이 심리극을 기획한 연극배우 이미은씨(37)를 만났다.

먼저 심리극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자 “사이코드라마로 알려져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말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극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반응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시작한 지 3년 됐다. 계속 해온 것은 꾸준한 관심 덕분이다. 한 번 온 사람이 또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잖다. 각 지역 대학의 예술치료학과 학생들은 물론, 서울에서 부모를 데리고 온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CEO, 자신의 시누이를 데리고 온 사람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인격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누구나 애정이 결핍된 삶의 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을 덜 받았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무리하게 더 요구했을 수도 있는 거다. 그럴 때도 결핍이 생긴다. 사람이라면 어떤 식이라도 결핍을 갖고 있는 것이지 ‘결핍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실제 기자가 연극을 보니 관객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았다. 디렉터(심리극에서 상황을 만들고 연출하는 전문 상담가)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속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을 찾자, 관객 몇몇이 손을 번쩍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누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일을 하겠어?’라는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인공으로 낙점된 20대 중반의 여성은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놨다. 보조자로 나선 관객과 배우들은 디렉터의 연출에 따라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역할을 대신해 연기했다. 주인공은 그들의 연기에 분노를 토해내며 오열했고, 객석은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심리극은 관객끼리 서로 가벼운 스킨십을 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시작된다. 관객끼리 서로 친해진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내 얘길 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며 “지난 3년간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관객이 나서지 않아 쩔쩔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주로 어떤 사람이 이 심리극에 참여하면 좋은지 궁금했다. “나름 잘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마음의 보따리가 있는 사람이 좋지요. 하지만 웬만한 사람은 모두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심리극의 참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극의 효과는 무엇일까. 이씨는 이를 한마디로 ‘치유’라고 표현했다. 이는 연극 본연이 가진 치유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표현하는 연극에 출연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때, 평소 자신이 숨기고 살았던 게 막 튀어나와 저절로 표현됩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모르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좀더 이해하게 되고, 마음의 빈자리가 일부분 채워지기도 합니다.”

심리극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혹은 그것을 통해 내 아픔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며 내 아버지를 떠올리는 식이지요. 그래서 객석 곳곳엔 눈물을 닦을 화장지를 놓아둡니다. 굳이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심리극을 보면서 힐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번 심리극은 10월 중순쯤 열릴 예정이다. (053)424-8347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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