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3]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단장과 최현묵 연출가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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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6   |  발행일 2014-08-26 제24면   |  수정 2015-03-25
두터운 믿음과 신뢰…열정으로 뭉친 공연파트너‘호흡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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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자 단장(왼쪽)이 영남오페라단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오는 10월 선보일 오페라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에 나오는 곡을 연주하다가 최현묵 연출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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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영남오페라단 창립 30년을 기념해 마련한 오페라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의 포스터 앞에서 김 단장(왼쪽)과 최 연출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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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오페라단이 2011년 공연한 요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라‘집시남작’.

◆ 김 단장
연구·노력하는 학구파 최 연출가
캐릭터 연구·무대 디자인 등
연출 외에도 전방위 재주꾼
영남오페라창단 30주년 기념작
‘윈저의 명랑한…’연출 부탁했다

◆ 최 연출가
김 단장, 만난 지 얼마 안됐지만
예술적 교감…4년째 함께 작업
지역예술계 존경하는 선배
의욕과 열정 대단…롤 모델
오페라 통해 평생 대화하고 싶어


일반적으로 사람 사이의 친분은 만나온 시간, 횟수 등과 비례한다. 오랜 시간 자주 만나다보면 친분이 점점 더 두터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수십년간 쌓아온 정 못지않은 친분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영남오페라단 김귀자 단장과 최현묵 극작연출가가 바로 이런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2010년 영남오페라단이 정기공연작으로 오페라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을 준비하면서 제작자와 연출자로 만났다. 오페라단장이던 김 단장이 제작, 최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물론 그 전에도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김 단장은 기억을 더듬으며 “아마 1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한 모임에서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대구시립오페라단 회의, 대구오페라하우스 운영자문위원회 등에 같이 참여하면서 얼굴을 익혔다. 물론 그 이전에 연극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한 만큼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연출가는 “지역예술계의 선배로서 존경하던 분이었다”고 김 단장을 기억해냈다. 오페라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의지를 가진 분으로, 여성이었지만 예술인 선배로서 롤모델로 삼아도 충분할 정도의 멋진 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호감이 있어서일까. “2003년이었던 듯합니다. 김 단장님이 저에게 전화를 해 식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지역예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당시는 음악회 연출을 주로 맡고 오페라 연출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개인적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최 연출가의 이 말에 김 단장은 “그때 식사를 하면서 언젠가는 이 분과 꼭 오페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에 대한 열정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럴 기회가 오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10년 기회가 왔다”며 “오토 니콜라이의 오페라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을 영남오페라단에서 공연하는데 최 연출가를 모시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남오페라단은 2000년대 이 작품을 한 번 공연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약식(略式)으로 선보였다. 한국 초연이다보니 원작품 그대로를 무대에 올리는데 여러 가지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 재미가 있고 음악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언젠가는 정식공연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2010년 이를 실행한 것이다.

이런 쉽지 않은 시도를 감행하는데 김 단장은 주저없이 최 연출가를 공연의 파트너로 택했다. 그만큼 믿음이 갔다는 의미다.

“최 연출가는 원래 연극 대본을 쓰던 분이고 연극, 연주회 등의 연출도 다양하게 맡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거의 초연이다시피한 이 작품 연출의 적격자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자신만의 색깔을 묻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같이 작업했는데 역시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신선하면서 완성도 높은 연출을 보여줘 그해 대한민국 오페라대상에서 금상,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특별상을 받았지요. 모두 최 연출가의 공로입니다.”

이 작품이 인연이 돼 김 단장과 최 연출가는 올해 영남오페라단의 30주년 기념공연까지 연이어 4년째 오페라 작품을 함께 만들고 있다. 2011년 요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라 ‘집시남작’의 한국 초연을 했고, 이 공연 역시 성공을 거둬 그 이듬해 대구문화재단 우수기획작으로 선정돼 최 연출가의 도움을 다시 받게 됐다. 그리고 영남오페라단 창단 30주년 올해 정기공연작으로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을 다시 공연하는데 또 최 연출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올해는 영남오페라단은 물론 저에게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창단 30주년에다 제가 영남오페라단의 단장을 맡은 지 20년이 되는 해이지요. 그래서 영남오페라단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작품을 올리려고 고민했는데 결국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흔히 오페라 연출에서 연출가마다 잘하는 작품이 있다고들 한다. 희곡오페라를 잘하는 사람, 비극오페라를 잘 만드는 사람, 베르디 오페라에 강한 사람 등이다. 김 단장은 최 연출가가 이런 것이 없어서 좋았다고 했다. 연극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데다 작가적 상상력이 풍부하고 어떤 오페라에 얽매여 있지 않으니 좀 더 신선한 연출이 가능한데, 이것이 초연작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최 연출가를 ‘연구하고 노력하는 연출가’라고 평가했다. “최 연출가는 학구파 입니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연구, 분석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한 오페라단에서 같은 오페라를 하더라도 작품을 다시 공연할 때 연출가를 바꾸기도 하는데, 영남오페라단은 최 연출가를 믿고 4년 연속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 단장은 영남오페라단 역사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이번 작품에 최 연출가가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작품을 같은 오페라단에서 공연하더라도 예전과는 다른,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예전보다 작품 수준이 높은 무대를 펼쳐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대해 최 연출자는 “영남오페라단은 원작에 충실한 정통오페라에 강한 양상을 보여왔다. 그리고 ‘박쥐’의 초연 등을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오페라를 우리 지역과 국내에 선보이는 역할도 해왔다. 이런 영남오페라단의 특성을 살리면서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다시 호흡을 맞춰 선보일 이 오페라는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메인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은 오는 10월24일과 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김 단장은 최 연출가가 단순한 작품 연출만이 아니라 캐릭터 분석, 무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의 일들을 책임지기 때문에 작품 만들기가 너무 편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굳이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준다는 설명이다.

이 말에 대해 최 연출가는 “김 단장님은 의욕이 넘쳐 일을 벌리는 게 장점이자 특징이다. 이렇게 일을 벌려놓으면 수습은 내 몫”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수습을 도맡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어찌 보면 최 연출가를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최 연출가는 “만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믿고 상대를 인정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라며 “오페라를 통해 평생 대화하고 의지하며 지내고 싶은 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 연출가를 만나면서 오래 만난다고, 자주 만난다고 상대에 대해서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말 한마디만 하면 알아서 척척 해주는 분이니 나이는 어리지만 제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올해 쉰여섯인 최 연출가는 “이렇게 믿고 지지해주는 누님이 있어 다행”이라며 “10년 차이나는 누님이 왠지 예술적으로 누구보다 긴밀히 교감할 수 있는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진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지역음악계에서 김 단장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 대구가톨릭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국립음악원에서도 공부한 김 단장은 모차르테움국립음악원, 산타 체칠리아국립음악원 등의 객원교수를 지냈다. 미국 카네기홀을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독창회를 열고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경북대 음대 교수로 있으면서 예술대학장을 역임한 것은 물론 대구시문화상, 금복문화예술상, 한국평론가협회 최우수예술인상 선정 등의 영광을 안았다. 현재는 <사>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으로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김 단장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최 연출가는 “이번에도 김 단장님과 호흡을 맞춰 좋은 작품을 보여주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에 김 단장은 “역시 영남오페라단의 보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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