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고장 나도 걱정 없어요”…10년째 무상 점검·수리하는 청년회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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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7   |  발행일 2014-08-27 제8면   |  수정 2014-08-27
성주군 수륜면 청년회
추석 앞 예초기 수리
자체예산으로 부품교체
“농기계 고장 나도 걱정 없어요”…10년째 무상 점검·수리하는 청년회
지난 24일 수륜면청년회 회원들이 마을 복지회관 앞에서 예초기 무상 수리를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느 농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고장난 농기계를 수리하는 것이다. 수리 비용만 많게는 수백여만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주지역의 농촌 청년들이 지역 농민들의 이런 고충을 해결해 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 주인공은 성주군 수륜면 청년회(회장 이상욱). 이 청년회는 벌써 10년째 지역 농민들의 농기계를 무상으로 점검해 주거나 수리해 주고 있다.

지난 22~24일 청년회는 수륜면복지회관에 자리를 잡았다. 회관 앞에는 ‘환영 예초기 무상수리 수륜면 청년회’란 큼직한 글씨의 플래카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추석을 앞두고 이번에는 농기계가 아닌 벌초용 예초기 무상 수리 서비스에 나선 것. 30여명의 청년은 구슬땀을 흘리며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100대 가량의 예초기 수리 점검을 해줬다.

청년회는 수리뿐만 아니라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부품비를 받지 않는다. 소모품이 노후화돼 교환이 필요할 것에 대비, 200여만원의 부품비를 청년회 예산으로 마련했다. 수리 능력도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면서 지금은 거의 모두가 전문기술자가 됐다. 볼트 하나도 쉽게 넘기지 않고 꼼꼼하고 깨끗이 닦아내고 조이는 모습에서 정성이 묻어난다. 옆에서 지켜보던 예초기 주인들조차 감사해 할 정도였다. 점검이나 수리 부위는 주로 점화 플러그, 연료 필터, 전선 케이블이다.

벌초를 끝낸 주민은 올해 사용한 예초기를 점검하거나 고장난 부분을 수리받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청년회 김범식 회원은 “수리한 예초기를 들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벌초객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고 소소한 즐거움이 쌓인다”고 말했다.

예초기 수리를 맡기러 온 농민들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오점환씨는 “벌초를 하다가 갑자기 예초기 시동이 꺼져 난감했다. 청년회 회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수리해주고 수리비도 받지 않아서 감동 받았다”며 “읍내까지 가서 수리하고 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시간과 수리비 절약, 친절까지 덤으로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상욱 청년회장은 “청년회의 작은 봉사로 예초기가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수륜면청년회에는 고향을 사랑하고 지키는 3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고향 사람이 구성원이기 때문에 결속력이 매우 높다. 이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친숙하고 서로를 이해한다고 한다. 청년회는 앞으로도 해마다 지역 주민과 출향인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 같은 행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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