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2014 가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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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9   |  발행일 2014-08-29 제40면   |  수정 2014-08-29
레드·블랙 ‘땡땡이’ 입을까…소녀風의 미니드레스 입을까
[정미화의 패션스토리] 2014 가을·겨울

매 시즌, 한 걸음 앞서 트렌드를 제시하는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에 주목하는 듯하다. 과거를 향한 향수를 간직하고픈 열망, 현실도피를 위해 갈망하는 동화와 환상,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망 등 이번 시즌 그들의 컬렉션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전하는 주요 메시지를 짚어본다.

◆화려한 그래픽

같은 실루엣의 아이템이라도 더 화려하게, 더 흥미롭게 변신시키는 그래픽 프린트는 얇은 소재의 여름 의상보다는 소재가 두꺼운 가을/겨울 의상에서 더 매력을 발한다. 특히 이번 2014 F/W 시즌, 그래픽의 키워드는 레이브 음악이다. 1980년대 클럽사운드를 기반으로 레이브 파티에서 많이 쓰였던 야광봉과 형광색 조명 컬러로 완성한 그래픽 패턴이 올가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마리아 그라지아와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디자이너 듀오를 새로운 디자인 수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단장하고 있는 발렌티노는 레드, 블랙, 그린 등의 강렬한 컬러의 도트 무늬를 선보였는데, 핵심은 도트의 크기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착시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겐조와 드리스 반노튼 역시 화려한 클럽의 조명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패턴을 선보였다.

◆1960년대 레트로

늘 그랬듯이, 매 시즌 과거의 트렌드에 대한 그리움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묻어난다. 직선의 실루엣으로 미래지향적인 패션을 추구했던 60년대는 흥미로운 디자인이 넘쳐났던 시대다. 디자이너들이 특히 60년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의 디자인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루이비통, 광택 나는 소재에 A라인 실루엣의 미니드레스로 단정한 소녀풍을 연출한 미우미우, 간격이 좁은 더블 버튼의 코트를 현대적인 느낌을 살려 재연출한 구찌 등은 마치 트렌드를 목적지로 하는 급행열차가 60년대로 쾌속질주를 한 듯한 느낌이다.

◆보헤미안 룩

자유로운 영혼을 연상시키는 보헤미안 룩이 모직 코트, 니트 스웨터, 라이딩 부츠 등 가을/겨울의 필수 아이템과 만나 한층 서정적이고 세련되게 재탄생했다. 에르메스는 마치 담요 같은 회색 코트에 와이드 팬츠로 클래식 무드를 담은 보헤미안 룩을 선사하였다. 가운과 같은 니트 코트에 70년대 히피룩을 기하학적인 패턴을 가미하여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히피적인 요소를 잘 살린 버버리 프로섬, 그리고 여러 가지 니트를 레이어링함으로서 캐주얼한 느낌을 살린 사카이 등 제 각기 다른 콘셉트로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유머러스 캐릭터

맥도날드, 스누피, 스펀지 밥 같은 다양한 캐릭터와 동화책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캐릭터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습격했다. 모스키노는 스펀지 밥 캐릭터를 니트 원피스와 가방으로 변신시켜 유머러스의 절정을 보여주었고 로다테에서는 스타워즈의 로봇들이 이에 가세하였다. 그리고 매 시즌 여성의 관능미를 가장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듀오, 돌체앤가바나 또한 동화책 속 그림을 연상시키는 부엉이와 너구리 캐릭터를 선보여 여성스러운 위트를 선사했다. 초등학생이나 좋아할 법한 캐릭터들의 향연. 기분 좋은 날, 한 번쯤 입고 싶다는 욕구를 자아낸다.

◆놈코어

생소한 단어다. 지난 봄, 위키피디아는 ‘놈코어’라는 단어를 새롭게 등록하며 ‘동일함에 동조하는 것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트렌드’라고 정의했다. 굳이 따지자면 ‘표준’과 ‘핵심’의 합성어이기도 한 ‘놈코어’라는 단어가 확산될 수록 디자이너들은 ‘놈코어’를 열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놈코어 룩은 평범한 티셔츠 또는 스웨터 셔츠, 그리고 이름 모를 청바지에 스니커즈 등 한마디로 스티브 잡스나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비 필로를 연상시키는 매우 미니멀한 룩으로 정의되었다면,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놈코어 룩은 단정하고 클래식한 실루엣의 디자인이다. 막스마라의 H라인 스커트, 크리스토퍼 케인의 테일러 슈트 등이 대표적인 놈코어 룩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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