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팔공산 공산성 주봉 명칭에 대하여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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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30   |  발행일 2014-08-30 제23면   |  수정 2014-08-30
[자유성] 팔공산 공산성 주봉 명칭에 대하여

최근 경북도는 제2차 지명위원회를 열어 방송국 송신탑이 있는 팔공산 정상 봉우리는 천왕봉((天王峰, 1천192.558m), 군부대가 주둔한 봉우리는 산성봉(山城峰, 1천175.605m)으로 명칭을 심의 의결했다. 이 안이 올해 국가지명위원회 최종심의를 통과해 지명변경이 최종 확정되면 정부 공식 자료와 포털 등에 팔공산 최고봉 명칭은 ‘천왕봉’으로, 공산성 주봉은 ‘산성봉’으로 공식화된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팔공산 제2봉인 공산성 주봉 명칭에 대해 산성봉과 비로봉(毘盧峰)을 두고 심의한 결과 산성봉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문헌 기록으로 남아 있는 비로봉이라는 이름 대신 산성봉이라는 명칭으로 결정된 것은 고증을 통해 옛 이름을 되찾자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결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산성 주봉이 비로봉이라 칭한 기록은 여러 곳에 나타난다. 조명래 팔공산연구소 회장의 ‘팔공산 제2봉 봉명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극재 신익황(1672~1722)의 문집 ‘극재집’에 비로봉 아래 진불암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후기 승려 정훈의 시문집으로 1832년에 간행된 ‘징월대사시집’에 실려 있는 진불암 중수기에 ‘화산현의 서쪽 수십 리 팔공산 비로봉 아래에 있는 진불암은 영남의 좌도 상승선원으로 고려국사 환암조사께서 창건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영천 출신 문인 낭산 이후(1870~1934)가 쓴 낭산집에 있는 시(詩) ‘진불암’의 주석에도 비로봉은 수도폭포 위, 즉 진불암 후산(後山)이라고 기록돼 있다.

남아 있는 기록을 종합해보면 1900년 전후까지 진불암 후산인 공산성 주봉은 비로봉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팔공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사람들은 “문헌기록을 통해 밝혀낸 비로봉이라는 명칭이 제자리를 찾는가 했는데 역사적 근거가 부족한 생소한 명칭인 산성봉으로 결정돼 안타깝다”며 “후세에게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명칭을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잃어버렸던 팔공산 봉우리 명칭을 되찾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앞으로 이 일이 순리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며 국가지명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이지용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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