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6661명 ‘관동대학살’…위령탑 세워 日 진심어린 사죄 받아야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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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1   |  발행일 2014-09-01 제8면   |  수정 2014-09-01
‘관동대학살’ 희생자 위령탑 설립 추진…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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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대학살의 현장// 1923년 관동대지진 때 학살된 한국인 등의 시신이 처참한 모습으로 도쿄 앞을 흐르는 강물 위에 떠 있다. 이들이 자국민이라면 일본인들이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둑에서 시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일본 자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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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큰 피해관동대지진은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가나가와현 진앙지에서 발생해 도쿄와 요코하마 등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여행가 부부가 촬영한 지진 직후 요코하마 중심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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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공포//도시를 강타한 지진으로 건물은 무너져 내렸고, 도로는 주름살처럼 갈라지며 망가졌다. <정성길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제공>

“유대인 학살 기념비 앞
무릎 꿇고 사죄·용서 구한
獨 총리에 깊은 감명 받아”

日 관동지역 세울 수 없다면
지리상 가까운 동해에 설립
위안부·독도 문제와 함께
일제 만행 바로 잡아야


“독일 총리가 유대인 학살기념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를 한 것처럼 일본도 관동대학살 위령탑 앞에서 사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사진>은 31일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위한 위령탑이 설립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정 관장은 “1970년대 독일 유학 당시 세계2차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이 과거를 반성하며, 피해 국가에 적극적으로 사죄하는 것을 지켜봤다. 특히 70년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학살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일본도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아시아 국가에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관장이 위령탑 설립을 구체화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근한국 역사·일제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 사진전을 개최해 온 그는 지난해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고교 역사교과서에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표현을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

이에 정 관장은 더 이상 일본이‘역사 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위령탑을 세우는 동시에 대학살의 참상을 전 국민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

곧바로 관동대학살 피해자 위령탑 건립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혼자 힘으로 5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정 관장은 “일제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 중 관동대학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이는 매우 드물다”며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 다른 사안도 중요하지만 관동대학살도 분명 바로잡아야 하는 역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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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 관동지역에 위령탑을 세울 수 없다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북 동해안에 위령탑이 설립돼야 한다”며 “국채보상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대구·경북이 또 한번 힘을 모아 전 국민적인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동대학살은 1923년 9월1일 40여만 명의 사상자를 낸 관동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사건을 말한다. 당시 일본은 경제 불황에 대지진까지 겹치자 ‘공황(恐慌) 상태’에 빠졌다. 일본 군부와 국가주의자들은 난국을 타개할 카드로 민족주의를 빼들었다.

‘대지진을 틈타 조선인이 조직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계엄령을 선포한 것.

이같은 계엄령 아래 군대와 경찰, 각지에 조직된 자경단(自警團)은 6천여 명의 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고, 일본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의 독립신문 특파원이 조사 보고한 바에 따르면 도쿄에서 752명, 가나가와현 1천52명, 사이타마현 239명, 지바현 293명 등 각지에서 6천661명이 피살됐다.

또한 지난해 6월 주일 한국대사관 청사 이전 과정에서 발견된 ‘일본 진재시 피살자 명부’(일명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에 대한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재일 한국인 20명이 일본인들에게 학살된 사실이 1차 조사결과 확인됐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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