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구미에서 손잡은 韓·中·日 지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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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1   |  발행일 2014-09-01 제29면   |  수정 2014-09-01 08:16
[특별기고] 구미에서 손잡은 韓·中·日 지방정부
남유진 <구미시장>

‘제16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가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오늘(1일)부터 4일까지 구미시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1999년 서울 개최를 시작으로, 지난 16년간 동북아 3개국 지방정부 관계자 5천여 명이 참석해온 글로벌 행사가 인구 43만명의 기초지자체에서 개최된 것이다.

이 같은 대단위 국제행사가 지방 도시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500여 명의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는 물론, 구미시와 중앙정부도 구미시에서 개최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이 현재 세계 속의 명품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구미시의 위상이다.

오늘날 동북아 정세는 매우 경직되어 있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 문제로 촉발된 한·중·일 3국의 대립과 갈등은 69년 전인 1945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앞으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현자(賢者)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글로벌 수출도시인 우리 구미시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구미시와 같은 수출도시는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경제적 측면뿐만이 아니다. 문화와 관광, 그리고 환경과 안전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생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인문(人文)교류 확대를 통한 한·중·일 교류 활성화’다.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첨단산업도시를 표방하는 구미시에서 ‘인문’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구미시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의 도시다. 야은 길재 선생이 있었던 영남 사림의 중심지이자 천년역사를 자랑했던 찬란한 신라불교의 초전지(初傳地)가 바로 선산이었다.

동북아 한·중·일 3국의 문화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 이만한 소재도 찾기 어렵다. 천년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논의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문학적 자원을 우리 구미시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분모와 대화의 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국제관계의 모든 역할을 중앙정부가 담당하던 시대는 지났다. 70년대 냉전시대로 일컬어지던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해결한 것은 ‘무기’가 아니었다. 바로 3g에도 못 미치는, 그야말로 깃털보다 가벼운 ‘탁구공’이었다. ‘핑퐁외교’로 불리는 스포츠 교류가 미국과 중국 간 역사적인 냉전의 종지부를 이끌어냈다.

마찬가지다. 이번 ‘제16회 한·중·일 지방정부 교류회의’에서 우리는 구미시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자원’을 통해, 국가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소통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어른 싸움에 아이들끼리라도 오순도순 잘 살아보자는 말이다.

지방정부의 할 일은 문자 그대로 거창한 국가적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생활 정치이자 시민들의 욕구충족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다루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시작을 우리 구미시가 ‘인문학적 교류’를 통해 이끌어내고자 한다. 필자는 이번 회의에서 ‘구미 성명’ 발표를 통해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를 호소할 생각이다.

마음껏 자랑도 할 것이다. 구미시의 인문학을 마음껏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깊게 경청해서 새로운 동북아 문화 교류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구미시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겠다. 나름대로 눈에 보이는 실리도 취해야 한다. 그들에게 구미시가 가장 자랑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경제다.

구미시의 경제·산업 인프라를 보여줄 것이다. 이 행사를 발판으로 우리는 그들과의 우호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경제시장에서 구미시의 존재를 각인시킬 것이다. 특히 중국의 기업들에는 아직도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미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한 좋은 기회다.

이번에 구미를 방문한 한·중·일 지방정부 관계자 500여 명은 적지 않은 수다. 필자는 이번 행사가 끝나고 중국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소통과 화해’라는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가슴에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 또한 그들이 ‘대한민국에는 세계 속의 명품도시, 구미시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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