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바다를 누빈 고려 이전 역사를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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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  발행일 2014-09-02 제14면   |  수정 2014-09-02
[기고] 세계 바다를 누빈 고려 이전 역사를 되살리자
강봉룡<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장>

바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소극적이다. 이는 조선 500년의 긴 세월을 관통해 온 ‘해금(海禁) 정책’이 역사의 관성으로 작용해, 우리의 인식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해양 활동을 금지했다. 바다를 통해 외국에 나가는 것은 물론, 바다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바다를 막는 것은 곧 나라의 문호를 폐쇄하는 일이니, 조선의 쇄국정책의 본 모습은 곧 해금정책이었다.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에 해양 활동은 천시됐고, 바다는 방기(放棄)됐다. 바다 속의 섬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고려시대까지는 바다를 잘 활용했다. 당시 선조는 세계의 바다를 누볐다. 장보고는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석권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은 국내외 해상무역을 주도했던 유력한 해상세력의 후예였다. 그가 세운 고려왕조는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개방적인 국가 운영을 이어갔다. 바닷길, 곧 해양실크로드를 통해 세계와 상대하고 교류했으며, 고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그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의 영문명 ‘코리아(Korea)’로 남아 있다.

바다는 세계와 소통하는 개방의 상징이다. 바다는 오늘날 ‘글로벌 개방의 시대’에 가장 적실(的實)한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그래서 ‘해양의 시대’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다를 방기한 조선의 역사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바다를 통해 세계와 소통한 고려 이전의 역사를 지금 적극 되살릴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해양실크로드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수출입의 99.7%가 바닷길에 의존한다. 3대 해양산업인 조선업, 해운업, 수산업은 각각 세계 1위, 5위, 10위에 랭크돼 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바다에 대한 우리 의식 수준은 바닥이다. 정작 연안 바다는 방치된 채 후진과 무질서가 횡행한다. 섬은 조선시대처럼 사람이 떠나, 비어가고 있다. 세월호의 참극은 바다와 섬에 대한 우리 인식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대변해준다.

올해 경북도는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1일부터 많은 해양학자들이 신라의 수도 경주에 모여 다양한 분야의 해양관련 논제를 발표하는 ‘제5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대장정 프로젝트에 앞서 행해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질적 내면적 성찰이 함께 이뤄져, 반쪽 해양강국의 오명에서 벗어나 온전한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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