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인성 교육이 기본이다 .1] 버릇없는 아이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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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3 07:16  |  수정 2014-10-17 10:22  |  발행일 2014-09-03 제3면
부모 ‘오냐 오냐’가 손쓸 수 없는 아이 만들어…학교서도 ‘속수무책’
20140903
대구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영남일보는 인성교육을 위한 연중 기획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을 연재한다. 갈수록 버릇이 없어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 부모, 무관심한 사회의 실태와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취재하고,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점검한다. 매주 월요일마다 교육 전문섹션 ‘에듀포유’를 통해 인성교육 지면도 신설한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인성교육’ ‘종가의 자녀 교육’ ‘쉽고 재미있게 배워보는 고전’ ‘예술로 배우는 인성교육’ 등의 내용을 담는다. ‘가훈 써주기 운동’ ‘회초리 보내기 운동’ 등 관련 캠페인은 물론, 경북도내 시·군과 연계한 현장 교육도 전개하는 등 장기적인 인성교육 프로젝트를 펼칠 계획이다.

공공 장소서 떠들어도
제지하는 부모 드물어

비오는 날에는
운동장 망가지든말든
교통이 혼잡하든말든
태반이 자동차 등하교

교내 체벌 금지되면서
아이들이 잘못해도
그냥 넘기는 경우 많아

인성이 비뚤어진 아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마땅한 장치는 없다. 아이들에게서도 일탈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나 책임의식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개발원이 전국 196개 중학교 1만4천258명을 대상으로 한 중학교 교육수준 및 실태분석 조사연구에 따르면 중학생들의 친절·양보도는 5점 만점에 3.67점, 책임과 협동심은 2.38점, 검소함은 2.58점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고교에까지 이어져 일반계 고교 실태조사에서도 1천161명의 고교 교사 가운데 83.1%가 ‘수업분위기가 보통이거나 좋지 않다’로 평가했고, 76.5%가 학생들의 비행과 일탈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무력해진 교육현장

부모 세대의 초등·중학교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도 일선 교사들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어른 눈에는 철부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통제불능 상태에 와있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이대로 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민식 대구대남초등학교 교사는 “한 가정에 자녀가 1~2명이다 보니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이 원하는 건 다 들어 준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꾸중하는 게 안쓰러워 이해해 주는 쪽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식당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데도 꾸중하는 사람이 없지 않냐”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엄격하게 교육받아야 규율을 지키게 되는데, 그런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다보니 주관적 행동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성장해서는 그런 주관적인 습관을 고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체벌이 금지되면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잘못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김대조 화원초 교사는 “괜히 그거 고쳐보겠다고 힘써 봐야 되레 부모에게서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체벌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교권은 필요한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잘하는 다른 아이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학생 간의 집단 따돌림과 폭력 행위에 대한 무감각, 교사 폭행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 침해는 2009년 1천570건에서 꾸준히 늘다가 2012년에는 7천971건으로 3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2009년 11건에서 2012년 128건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로는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폭행과 폭언, 성희롱을 해 학생선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다.



◆ 왕으로 군림하는 아이들

주부 이미정씨(33·대구 수성구)는 얼마 전 유명 강사의 강연회에 참석했다. 주제가 ‘자녀 교육’이어서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엄마가 많았다. 큰 관심을 갖고 참석했지만 이씨는 강의 중간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강의 내용을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말리는 엄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 달랠 생각도 않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큰 소리로 아이를 달래며 모른 척 자리를 지키는 엄마도 있었다. 이씨가 떠드는 아이를 나무라며 조용히 시키자 아이 엄마는 곧바로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씨는 “자녀교육을 위한 강의를 들으러 온 엄마들이 남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핵가족화와 과잉보호 속에서 아이들은 집안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김장수 남명초등 교감은 “핵가족화로 가족공동체가 무너지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내 아이만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비뚤어진 욕심으로 버릇 없이 자라는 아이가 늘고 있다”면서 “어릴 때 자녀를 바로잡지 못한 채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부모조차 어쩌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윤태규 동평초등 교장은 “비오는 날이면 학교 운동장이 망가지든 말든 자가용을 몰고와 운동장에 주차하고, 교통이 혼잡하든 말든 다른 아이들이 위험하든 말든 교문 앞까지 자가용으로 등하교시키는 부모가 태반”이라며 “오로지 내 자식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서 공동체의 미덕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담긴 교육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정화 수성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부모 스스로 자녀양육에 대한 철학을 갖지 못한 채 성공의 기준이 도덕, 윤리, 성실 등이 아닌 좋은 학벌에 달려 있다고 믿어 자녀들을 입시기계로 만들어 가는 게 큰 문제"라며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의 총체적 인성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어른들이 아이들만 탓하고 있다. 건강한 양육철학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 가정 예절 부문
  거의 그렇다
(자주 그런다)
가끔
(때때로)
거의
아니다
점수
(100점기준)
아침에 일어나면 내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23.6% 37.70% 38.6% 42.49
부모님 모두에게 존댓말을 쓴다 17.7% 21.3% 60.9% 28.40
음식을 먹을 때 어른이 먼저 드신 후 먹는다 40.3% 34.6% 25.0% 57.65
외출하고 돌아올 때 부모님께 꼭 인사한다 81.9% 12.1% 5.7% 88.18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돕는다 29.7% 57.9% 12.3% 58.73
엘리베이터 등에서 이웃 어른을 만나면 인사한다 60.6% 27.4% 11.6% 74.61
■ 학교에서의 예절 부문
  거의 그렇다
(자주 그런다)
가끔
(때때로)
거의 아니다
(거의 없다)
점수
(100점기준)
학교에서 잘 모르는 선생님을 만나도 인사한다 62.9% 30.7% 6.3% 78.33
학교 수위아저씨, 일하는 직원을 만나면 인사한다 54.0% 36.7% 9.1% 72.46
선생님에게 꾸중이나 훈계를 들으면 무조건 수긍하기보다 왜 그런지 되묻는다 8.0% 40.7% 51.1% 71.60
교실, 복도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린다 4.0% 19.0% 76.4% 86.42
수업시간에도 카톡, 게임 등 휴대폰을 사용한다 5.1% 16.7% 78.2% 86.52
■ 사회에서의 예절 및 공중도덕 부문
  거의 그렇다
(자주 그런다)
가끔
(때때로)
거의 아니다
(거의 없다)
점수
(100점기준)
친구집에 가면 어른에게 인사한다 97.6% 2.0% 0.3% 98.71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거나 도와줄 생각이 있다 36.7% 51.1% 11.9% 62.46
윗사람에게 물건을 건네줄 때는 두 손으로 드린다 86.4% 12.7% 0.6% 93.05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가 있으면 자리를 양보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있다 79.1% 18.1% 2.4% 88.47
버스나 지하철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2.3% 22.4% 75.0% 86.46
바쁘면 신호등을 지키지 않거나 무단횡단을 한다 22.9% 57.6% 19.4% 48.28
길거리나 실내에 껌이나 침을 뱉는다 6.9% 21.4% 71.6% 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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