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의 비상! 경북도청 이전 풀 스토리 .5] 결국 후보지 선정을 하지 못한 경북도의회

  • 심충택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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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3   |  발행일 2014-09-03 제11면   |  수정 2014-10-17
3개 지역으로 압축되자 시끌벅적…다시 6개 지역으로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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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손경호 의장(뒷모습)이 의사봉을 잡고 있는 장면. 제4대 경북도의회는 특위까지 만들어 임기 내내 도청이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후보지 선정에는 결국 실패하고 그 과제를 집행부로 넘겼다. <영남일보 DB>

도청이전특위 위원을 비롯해 상당수 경북도의원들이 용역기관의 조사내용을 의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동명기술공단 관계자들도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도청이전특위는 도청이전 입지기준 설정 및 후보지 선정을 위한 용역기관을 찾기 위해 서울과 대구·경북지역에 있는 5개 관련기관에 연구계획서를 의뢰해 심사를 했다. 심사결과 동명기술공단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용역이 맡겨졌던 것이다.

그리고 특위는 용역계약 이후 동명기술공단으로부터 신도시의 기능, 규모, 형태 그리고 입지기준 설정방법, 절차, 평가방법 등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용역수행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특위위원들의 의견과 자문위원들의 자문을 연구에 반영토록 조치했다.

 

 

용역결과 놓고 의원들 난상토론
결국 6개 지역 모두 상정 결론

“목숨 걸고 한 일 엉터리 아니다”
용역 맡은 기관은 조목조목 반박



#1. 동명기술공단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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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회가 용역기관에 의뢰해 도청이전 후보지를 3곳으로 압축해 놓고도 백지화하자, 당시 지역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다룬 표제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동명기술공단 관계자는 “특위에서 몇 번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자꾸 뭐가 엉터리니 잘못되었다느니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듣기가 거북하다”고 반박했다.

그 관계자는 “우리가 제출한 용역내용을 관심있는 사람은 다 볼텐데 어떻게 엉터리로 납품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도청이전후보지 결정과 관련한 이번 용역은 도시계획 분야에서 권위있는 학회인 국토계획학회에서도 상당히 잘된 걸로 심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히 3개 지역 이외의 탈락지역에서 용역 내용을 속속들이 조사를 할텐데 그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허구로 내용을 조작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관계자는 “후보지선정의 기준인 중심성, 접근성, 수원과의 거리, 보상가 이런 것이 전부 허구적이라고 하는데, 납품한 책에 보면 왜 도청을 옮겨야 하며, 옮긴다면 어느 정도 면적이 필요하고, 규모는 얼마로 해야 되며, 어떠한 형태로 개발해야 되느냐, 그리고 입지기준은 어떻게 설정됐으며, 거기에 가중치는 어떤 식으로 두는지 등에 대해 무려 251페이지에 걸쳐서 나오고 있다. 상세히 읽어보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가 됐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관계자는 “책을 잘 읽어보면 알겠지만 평가항목이 한둘이 아니다. 물리·환경적인 평가 내용만 보더라도 평가지표가 10개 넘는다. 그 지표를 종합해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한 가지 지표가 종합점수를 좌지우지 못한다. 예를 들어 영천 지역에 들이 넓은데 왜 하필 군사보호지역에 있는 땅을 후보지로 정했느냐고 했는데 우리도 그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영천지역 대상지는) 100% 농업진흥지역이며 취락밀집지역이다. 농업진흥지역과 취락밀집지역은 감점대상이다. 군사보호지역은 더 필요한 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외곽으로 나가면 된다. 그래서 우리가 도내 6개 후보지에 대해 1차적으로 도청 입지가 가능한 지역을 선정해서 평가를 했고, 그 중에서 3곳이 선정된 것”이라며 불신 결의안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동명기술공단과 함께 연구용역에 참여한 영남대 이성근 교수도 1994년 10월10일 열린 특위 중간보고회에서 “지역을 평가하는 과정은 되도록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의적인 평가보다는 전문가를 활용한다든지 또는 계량화해서 점수화하는 방법을 취했다. 계량화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도청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지역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역시 계량화 방법이 설득력이 있다. 저희들은 연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떤 자료든 정량화시켜서 점수화하는 방법을 취했다”고 강조했다.


#2. 용역기관의 후보지 압축 무의미해져

특위 위원들은 이날 난상토론 끝에 불신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용역기관이 선정한 3개 후보지역이 공정성, 객관성, 합리성, 현실성, 미래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1차 평가대상 6개지역 후보지를 다시 평가하여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용역기관의 후보지 압축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경북도의회는 용역비를 낭비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특위는 도청이전 후보지를 용역보고서 1차 평가대상지인 6개지역으로 하여 본회의에 제안하기로 했다. 경북도의회는 도청이전특위가 의결한 대로 도의원 전원이 1995년 3월25일과 27일 1차 평가대상지역(영천 북안, 경주 천북, 포항 기계, 구미 해평, 의성 단북, 안동 풍산) 6곳을 답사했다.

그 후 특위는 3월29일 본회의에 상정할 도청이전 후보지를 최종 선정하기 위해 제22차 회의를 열었다. 집행부 도청이전 기획단 관계자들도 출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는 영천출신 김종덕 의원이 제기한 불신결의안과 25·27일 진행된 현지답사 등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위는 결국 용역을 맡은 동명기술공단이 압축한 3개 후보지역을 백지화하고, 도청이전후보지를 도민화합차원에서 6개 지역으로 하여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주기돈 도청이전특위 위원장은 5월3일 열린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도청이전후보지 선정을 위해 실시한 ‘도청이전 입지기준 설정 및 후보지선정’ 용역 성과품이 지난 2월24일 납품되어 특위 및 본회의에 보고되었으나, 이에 대해 다수 의원의 이견이 있어 도청이전후보지를 6개 지역으로 선정해 의결하고자 한다. 특위에서 선정한 6개 지역은 포항시 기계면 화대리·성계리 일원, 경주시 천북면 갈곡리·성야리 일원, 안동시 풍산읍 수리·수곡리 일원, 구미시 해평읍 금산리·도문리 일원, 영천시 북안면 용계리·신대리 일원, 의성군 단북면 효제리·다인면 삼분리 일원”이라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도청이전 후보지는 우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를 해서 전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지역에 도청을 이전함으로써 경북도가 지역성장 및 국가발전의 핵심지역으로 도약해야 한다. 도청을 이전함으로써 웅도 경북의 상징과 구심점을 되찾고 경북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여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요소가 달성돼야 도청을 이전하는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와함께 “도청이전은 지역발전과 백년대계를 위한 중요한 문제이므로 전체 도민이 지역 이기주의적인 애향심을 버리고 미래지향적이고 역사적인 사명의식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여야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민주적이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야 선정된 도청이전 후보지에 대해 전 도민이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보지를 6곳으로 환원한 이유를 동료의원들에게 설명했다.


#3. 뜨거운 감자는 결국 집행부 손에

특위가 도청이전 후보지를 6곳으로 환원한 것에 대해 경산출신 30대 소장파인 정재학 의원은 “4대 경북도의회 최대의 현안이 도청이전 후보지 선정문제다. 도청이전 후보지 한 곳을 정해 놓고 임기를 마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후보지 한곳을 선정하는 작업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2개, 혹은 3개로 압축해 놓고 임기를 마쳐야 도민에게 지방의회의 역할을 했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태로 후보지 결정을 미뤄버리면 뭔가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는 양보와 타협을 존중하는 그런 절차를 위한 이념이다. 도청이전 후보지 선정문제를 차기 도의회나 집행부로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서 조금이라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의원의 발언 후 이에 동조하는 견해들이 쏟아졌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는 도청이전후보지로 선정한 6개 지역을 모두 집행부로 넘기자는 특위 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 안이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경북도의회는 도청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투표결과 재석의원 70명 중 찬성 41표, 반대 25표, 무효 4표가 나왔다. 후보지를 6곳으로 정해 집행부로 넘기자는 특위 안이 가결된 것이다.

도청이전특위는 1995년 6월8일 4대의회 임기를 한달여 남겨두고 열린 본회의에서 ‘도청이전후보지결정 촉구결의안’을 제출한 후 해산했다.

4대 경북도의회가 도청이전을 위해 한 일은 도청이전특별위원회를 가동해 후보지 6곳을 선정, 집행부로 보내 경북도가 도청이전후보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도청이전후보지 선정에 대한 결정권을 집행부로 넘기는 역할을 한 것이다.

글=심충택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공동기획 : 경상북도 개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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