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 류혜숙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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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5   |  발행일 2014-09-05 제38면   |  수정 2014-09-05
광부의 고혼 어린 폐석산 ‘고구려의 魂’ 되살려 내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제1촬영장의 평양성. 성안으로 들어가면 고구려마을, 고구려궁, 신라마을 등이 조성되어 있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1촬영장으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카.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문경 가은읍, 광산이 있던 자리
은성갱 내부. 실제 갱도를 활용한 전시장으로 갱내 사무실, 갱내 식사나 출갱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석탄을 캐다 깨어진 것, 탄의 선별에서 쓸모없다고 분류된 것, 이런 것들을 경석, 혹은 미광(尾鑛), 버럭, 폐석이라 한다. “갱 길이가 400㎞쯤 되지요. 그렇게 파낸 것이 쌓여서 참말로 산이 되었고요. 그 위에 흙을 덮어 나무를 심은 겁니다. 좋은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나무가 살 수가 없어요. 쪼매만 파도 시커멓거든요. 그래서 번식력 좋은 아까시를 심은 거지요.” 버럭, 버럭, 버럭이 모여 산이 되었고, 지금은 이 산 위에 고구려의 성이 솟아 있다.

◆ 경석장에 세워진 고구려, 가은세트장

문경의 가은읍, 참 예쁜 동네다. 읍내에서 가장 높은 것은 오래된 교회의 첨탑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것은 싱그러운 가로수다. 조용한 거리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우체통의 변천사를 벽화로 그려놓은 우체국이 있고, 문화재가 된 작은 역이 있다. 기차가 다니던 철길엔 철로자전거가 달린다. 다른 사람들도 그리 느끼는가보다. 예쁜 가은이라고. 모노레일에 동승한 중년의 부부가 말했다. “가은읍이 참 좋은 거 같어. 물 좋고 산 좋고 조그맣게 이뻐.”

가은 읍내에서 서쪽으로 10여분을 달리면 문경 석탄 박물관이다. 이곳은 1938년부터 94년까지 석탄을 캤던 은성광업소를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박물관 옆에는 고구려를 주 대상으로 한 3개의 세트장이 만들어져 있다. 제1 세트장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모노레일카. 300m가 조금 넘는 레일 위를 4분정도 달린다. 중년 부부의 ‘좋은 가은읍’ 이야기와 안내 아저씨의 ‘폐석이 산이 된 이야기’는 그 4분 동안 일어난 일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있다. “도착하는 곳은 제1세트장이고, 평양성, 고구려궁, 고구려 마을이 있습니다. 내려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2, 3 세트장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요. 2세트장은 안시성과 성내마을, 3세트장은 요동성과 성내마을 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대략의 개관을 다 들으면 도착이다. 모노레일카에서 내려 왼쪽으로 가면 평양성, 오른쪽으로 가면 고구려 궁이다. 평양성 근처에 전망대가 있다. 그 아래에 2, 3세트장이 조그맣게 보인다.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멀리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아래의 세트장은 올해 말까지 공사 중이다.


가은 세트장은 드라마 ‘연개소문’의 촬영을 위해 2006년 완공되었는데, 답사와 고증을 통해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다. 이후 ‘대왕세종’ ‘일지매’ ‘근초고왕’ ‘천추태후’ ‘선덕여왕’ ‘이산’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지금도 수시로 이용되고 있다. 성이란 언제나 멋지고 성문을 통과하는 일은 어쩐지 가슴이 펴지는 일이다. 성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고구려 마을과 신라의 마을이 나직이 펼쳐져 있고 꽃살문 화려한 고구려 성이 우뚝 솟아 있다.

고구려 성 앞에 걸어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도 있다. 그 즈음, 성 앞에서 보는 먼 전경이 좋다. 영산천과 922번 지방도로가 산들에 호위되어 흐르는 모습, 광업소가 있던 자리가 시나브로 개발을 기다리는 모습, 그리고 저 멀리 대야산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시선의 자유.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시원하며 잠자리가 날고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경석 산등성에서의 오후였다.

◆ 폐광된 광업소는 박물관으로, 문경석탄박물관

“박물관은 연탄 모양으로 만든 겁니다. 기둥은 연탄구멍 19개를 뜻하고요. 1979년 10월27일 불이 났지요. 그때 44명이 죽었어요. 그 전날이 10·26사태였지요. 그래서 화재사건은 묻혔고요. 여기 은성갱에서 죽은 분들이 166명 정돕니다. 저기 갱 입구 옆에 작은 집 보이지요? 거기가 그분들을 위한 사당입니다. 저 옆에는 사택이고요.” 가은 세트장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 모노레일 안, 안내 아저씨의 말씀이시다.

석탄 박물관의 전시는 2층부터다. 그곳은 석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은 광부들과 탄광촌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머문다. 3층에서 외부로 나가면 거미열차를 타고 갱도를 여행하는 체험관이 있고, 그 너머에 은성갱 입구가 있다.

은성갱은 광업소가 폐광되기 직전까지 사용된 곳이다. 입구 곁에 문경 지역 진폐 순직자 위령비와 사당이 자리한다. 갱 안에는 230m의 체험로가 조성되어 있다. 갱내 사무실, 갱내 구호활동, 갱내 점심식사 등 옛 모습들이 침침한 조명아래 지나간다. 밖으로 나오면 길은 사택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1960~70년대 은성광업소 사택을 배경으로 광부들의 생활상이 재현되어 있다. 사택, 이발소, 목욕탕, 구판장, 식육점, 주포를 지날 때마다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이곳 주민들이 직접 녹음한 것이라 한다.

이어지는 야외전시장에는 대형광산장비가 전시되어 있다. 옆에는 황토 빛 흙이 제멋대로 파헤쳐진 나대지가 꽤 넓게 펼쳐져 있다. 이 부지에 녹색문화 상생벨트 조성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백두대간의 생태와 녹색 에너지가 주요 콘텐츠다. 완료는 2016년, 검은 에너지가 녹색 에너지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대전방향으로 가다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문경 방향으로 간다. 점촌,함창 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타고 충주, 문경읍 방면으로 가다 901번 지방도 가은읍, 석탄박물관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석탄박물관과 가은세트장, 모노레일을 모두 합한 통합권이 있다. 어른 5천원, 청소년 4천원. 거미열차 갱도체험관은 이용료 별도다. 개관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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