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교동시장의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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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5   |  발행일 2014-09-05 제41면   |  수정 2014-09-05
[짱똘아빠의 식도락] 교동시장의 먹자골목
대구 교동시장의 명물 ‘양념어묵’.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구의 전통시장 중에서 교동시장만큼 독특한 곳도 없는 것 같다.

흔히 생각하는 시장의 모습이 아닌 상가 중심으로 이뤄져있고, 상가와 상가 사이 골목에 교동시장의 꽃인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교동시장은 1951년 6·25전쟁 때 피란민에 의해 천막형 시장으로 출발한다. 당시 미군부대 PX에서 흘러나온 군복, 워커, 양주, 화장품 등이 거래되기 시작했고, 일명 ‘양키 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한때는 대구 최고의 냉면집이자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가 만들어진 장소로 유명한 강산명옥이 교동시장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시장이 생기고 10년이 지난 60년에 도깨비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71년에 지금의 이름인 교동시장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교동 하면 제일 먼저 ‘양념어묵’이 떠오른다.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편안하게 앉아서 먹어도 되지만 커다란 어묵냄비 앞에 서서 대꼬챙이에 하나씩 끼워서 먹는 게 가장 맛이 좋다. 과하게 맵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은….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국물을 머금고 몽글몽글해진 어묵을 한 입 베어 물면 그저 흐뭇한 미소만 머금어질 따름이다.

양념어묵과 더불어 납작만두도 교동시장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빼놓을 수 없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이 좋지만, 교동시장에서는 납작만두에 떡볶이 국물을 끼얹어 먹는 게 훨씬 맛이 좋다.

교동시장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이 한 군데 더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순대 하나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순대’가 바로 그곳이다.

요즘은 어딜 가도 대부분 쫀득한 찰순대가 대부분인데 이 집에서는 예전에 먹던 퍽퍽한 순대를 맛볼 수가 있다. 오로지 이 순대 한 접시를 맛보려고 순대값보다 더 비싼 기름값과 주차비를 들여서라도 교동시장을 찾을 때가 있다.

서울순대 옆으로 난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할매빈대떡’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중 별미다. 금방 부쳐내는 빈대떡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한 장 후딱 비워내고는 어슬렁거리며 양념어묵집으로 향할 때 그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골목 가운데 있던 노점상이 사라진 먹자골목은 조금은 휑한 모습이지만 오래도록 대구의 명물로 남아주길 간절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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