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형님, 한가위엔 이 최승현이 접수합니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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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5   |  발행일 2014-09-05 제42면   |  수정 2014-09-05
추석 극장가…‘타짜-신의 손’ vs ‘두근두근…’ vs ‘루시’ 3파전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올해는 대체휴일제(10일)가 처음 시행돼 최대 닷새 동안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또 명절 특수를 겨냥해 일찌감치 판을 벌인 배급사와 극장가는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상차림은 풍성하다. 여름에 개봉해 쌍끌이 흥행을 주도했던 ‘명량’과 ‘해적’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그 바통을 이으려는 국내외 영화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대략 ‘타짜-신의 손’ ‘두근두근 내 인생’ 그리고 ‘루시’의 3파전으로 압축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무장한 영화들이 한 방을 노리고 있다.


‘타짜-신의 손’…다양한 장르의 쾌감이 느껴지는 오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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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신의 손’

올 추석 최고 기대작인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은 최동훈 감독이 구축해놓은 ‘타짜’(2006)의 정통성은 물론 오락 영화로서의 또 다른 장르적 매력을 성공적으로 잇는 작품이다. 이는 ‘과속스캔들’(830만)과 ‘써니’(740만)의 흥행에서 입증됐듯 상업영화에 관한 한 나름의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가능했다.

그는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를 만듦으로써 새로운 구성의 전략을 내세웠던 ‘타짜’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대신 주어진 재료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살린 레시피로 맛깔나는 결과물을 선보였다. “러닝타임 내내 다양한 장르적 쾌감은 물론, 오랜만에 성인 관객들을 위한 재미있는 오락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강 감독의 바람은 그 점에서 유효하다.

‘타짜2’는 전편에 이어 화투판을 둘러싼 인물들의 욕망, 질투, 복수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숨 가쁘게 펼쳐간다.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인 고니의 조카 대길(최승현)이 그 중심이다. 대길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서 생명을 담보로 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의 앙상블과 공간의 활용은 흥미롭다.

각각의 캐릭터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적절한 개성을 유지해 나간다. 원작과의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신세경, 곽도원, 이하늬, 김인권, 이경영, 오정세, 박효주 등의 캐스팅 조합은 그 점에서 주효했다. 덕분에 ‘타짜2’는 누아르, 드라마, 액션, 로맨스, 코미디 장르가 골고루 살아있는 풍성한 매력의 오락 영화로 탄생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한 특별한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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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여기, 대책 없는 엄마, 아빠가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한 아이의 부모가 돼 꿈 많던 청춘의 특권을 포기해야 했던 대수와 미라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17세의 나이에 자식을 낳아 16세 아들을 둔 33세의 젊은 부모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아름(조성목)은 남들보다 신체가 빨리 노화하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은 80세의 신체나이를 갖게 됐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어린 부모와 상대적으로 일찍 철이 든 아들 아름의 특별한 가족이야기다. 자신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 이로 인해 한 뼘 더 성숙해 가는 어린 부모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부모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단 수식이 필요 없는 강동원과 송혜교의 만남만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간다. 한때 헛발 왕자로 불렸던 순수한 소년에서 지금은 친구 같고 든든한 아빠가 된 대수 역으로, 전작과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인 강동원이 한판 신나게 놀았다는 느낌이라면, 아이돌을 꿈꿨던 소녀에서 속 깊고 다정한 엄마가 된 미라 역의 송혜교는 이 영화가 품고 있는 휴먼 드라마로서의 감동을 책임진다.

가난한 젊은 부모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자식이라는 완벽한 신파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의 지향점은 비극적 상황에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이다. 영화는 이처럼 보는 이의 마음에 강한 파장을 일으키는 감동의 메시지로 늙음과 젊음, 인생과 시간 등 삶에 대한 통찰력을 심도 있게 관통한다.


‘루시’…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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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인간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두뇌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뇌 사용량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실에 흥미를 느낀 뤽 베송 감독은 이 전제를 영화 ‘루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인간의 두뇌와 그 능력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풀고 싶어 한 수수께끼였다. 뇌 연구 학계 권위자 노먼 박사(모건 프리먼)는 만약 뇌 용량의 20%를 사용할 수 있다면 신체의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고, 40%가 되면 모든 상황의 제어가 가능한 공상과학의 영역에 돌입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가하다. 하지만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등장함으로써 그는 흥미를 가지게 된다.

루시는 어느 날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한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납치되어, 몸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넣은 채 강제로 운반당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몸속 약물이 체내로 퍼지면서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그녀는 이후 빨라진 뇌 기능 활동으로 이론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뇌 사용량 100%를 향해 달려간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90분이라는 다소 짧은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 없이 확실한 볼거리와 메시지를 향해 내달린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뤽 배송 특유의 빠르고 시원한 액션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국내 관객들의 관심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조합일 듯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이자 인상적인 연기파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액션 여전사로의 변신과, 극 중 절대악으로 대비되는 미스터 장 역의 최민식의 연기호흡을 말이다. 두 사람은 최고의 배우들답게 스크린을 장악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인다.


‘자유의 언덕’…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홍상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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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

“누군가가 보낸 편지들을 읽다가 실수로 그 순서가 흐트러졌다면 제대로 된 순서로 읽는 경우와 뭐가 달라질까.” 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장편인 ‘자유의 언덕’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몸이 아파 요양을 갔던 권(서영화)이 서울로 돌아온 날, 전에 일하던 어학원에 들른다. 그곳에서 권은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청혼을 한 적 있는 일본인 강사 모리(카세 료)가 보낸 일기체 형식의 편지다. 모리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권의 집 근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유의 언덕’은 일본인 모리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영화의 진행순서가 순차적이지 않다는 점. 모리의 편지를 읽던 권이 계단에서 편지다발을 떨어뜨린 후 편지가 순서 없이 뒤섞였기 때문이다. 날짜가 뒤섞이면서 모리의 일상도 이날과 저날의 순서 없이 무작위로 펼쳐진다. 마치 편지에 쓰인 것이 영상으로 보이는 것처럼 동시에 진행된다.

모리의 일상은 단조롭다. 사람들과 만나 밥과 술을 먹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사랑도 나눈다. 그렇게 모리의 시간은 단순하지만 주인공의 의미를 넘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흘러간다. 홍 감독의 팬임을 밝힌 카세 료는 그런 그와의 작업이 “매우 뜻깊고 실험적이었다”고 말한다. 홍상수의 전작들에 비해 소소한 삶의 일상과 웃음의 크기는 다소 줄었지만 희망의 기운은 크게 느껴진다. “그 앞에 서서, 천천히 바라보고 싶은, 아주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과 같았다”는 카세 료의 애정 어린 평가도 흥미롭다.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됐다.


음악을 소재로 한 ‘스텝업: 올인’과 ‘선샤인 온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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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업: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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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 온 리스’

‘스텝업: 올인’은 2년 만에 돌아온 ‘스텝업’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무대의 스케일과 댄스 퍼포먼스는 이전까지의 시리즈를 모두 뛰어넘을 만큼 신나고 화끈하다. 특히 이번에는 쇼와 댄스 배틀이 결합된 신개념 퍼포먼스인 ‘쇼 배틀’이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가진 것은 꿈과 열정뿐인 스트리트 댄서들이 지상 최고의 무대를 차지하기 위한 한판 승부를 그린다.

영국에서 공연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선샤인 온 리스’는 가슴 따뜻한 사랑이야기와 신나는 음악의 조합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극 중 세 커플의 사랑은 관객 누구나가 자신을 대입해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연애를 하면서, 혹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은 겪어 볼 법한 사건들, 또 한 번쯤 만났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관객들은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고민에 동참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한 번쯤 겪을 법한 무너진 신뢰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전 세대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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