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험일 담합·채용규모 축소…취업戰 부추기는 금융공기업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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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5   |  발행일 2014-09-15 제20면   |  수정 2014-09-15
기업 “우수 인재 뺏길라”
‘A매치데이’ 관행 지속
구직자 “응시기회 박탈”
입사시험일 담합·채용규모 축소…취업戰 부추기는 금융공기업

올해도 금융공기업들이 입사 필기시험일을 같은 날로 정했다. 구직자들로선 여러 곳에 응시할 기회를 제한받는 데다 올해는 채용규모마저 줄어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은 내달 18일 신입사원 공채 필기시험을 치른다. 아직 채용공고가 나지 않은 예금보험공사나 한국거래소 등도 같은 날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른바 ‘A매치 데이’다.

A매치는 원래 축구에서 정식 국가 대표팀 간 경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최근엔 같은 날 시험을 실시하는 금융공기업의 지원자들 간 쟁탈전을 비유하는 말로도 사용돼 오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금융공기업들은 이 같은 관행을 이어왔다. 우수한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먼저 한국은행이 시험날짜를 공고하면 다른 금융공기업들이 따라오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A매치 데이’에는 하루 약 2만~3만명의 취업준비생이 시험을 치르면서 전국 대학가와 취업학원이 들썩거리기도 한다.

구직자들은 ‘A매치 데이’ 관행이 지원자들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해 왔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금융공기업을 준비 중인 박모씨(30)는 “지난해에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필기시험 날이 같아 한 곳은 무조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어렵게 서류전형에 합격해도 사실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오히려 기업들이 취업준비생들을 더욱 옥죄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주요 금융공기업들이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면서 구직자들은 한층 더 좁아진 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70명을 뽑은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있어 채용인원을 50명 내외로 줄일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장애인과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을 이유로, 예금보험공사는 상반기 채용을 이유로 지난해보다 각각 10명, 15명 줄어든 62명, 12명을 채용한다.

임민욱 사람인(온라인취업포털) 팀장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험 날이 분산되면 응시자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중복 합격 후 입사하지 않는 데 따른 결원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관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영기자 jy259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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