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11 .끝) 팔공산 올레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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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6   |  발행일 2014-09-16 제10면   |  수정 2014-09-16
사람의 길, 피부에 먼저 와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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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는 환경, 건강, 교육, 생태, 관광, 지역개발 등 다양한 키워드가 하나로 융합된다. 걷는 것의 매력이자 길이 가진 힘이다. 사진은 ‘2014 제4회 걷기 축제’ 포스터. <대구녹소연 제공>


1코스 : 북지장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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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길-솔숲-북지장사-방짜유기박물관(왕복 1시간20분). 가장 짧지만 대구올레의 매력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코스.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솔숲이 백미.


2코스 : 한실골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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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숭겸 장군 유적지-한실골 가는 길-소원만디-전망대-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파계사(편도 3시간30분).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길과 함께 어우러져 올레의 매력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코스.


3코스 : 부인사 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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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시설집단지구-팔공산순환도로 가로수길-신무동마애불좌상-농연서당-용수동당산-미곡동 입구(편도 3시간30분). 팔공산의 오래된 마을이 옹기종기 붙어있어 정겨운 시골 마을을 연상시키는 코스.


4코스 : 평광동 왕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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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광동 입구-평광초등학교-평광지-모영재-재바우농원-첨백당-평광종점 정류장(편도 2시간30분). 대구사과의 명맥을 잇는 평광동을 한바퀴 둘러보는 코스. 5월초에는 사과꽃이 피고 10월 말에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는 길.


5코스 : 성재서당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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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마을 입구-동화천변-미타사-내도보호수-삼마산 능선길-성재서당-미대동 입구(편도 2시간). 미대동 들녘은 가을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비교적 완만한 길.


6코스 :단산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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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동고분군-경부고속도로 굴다리-봉무공원-단산지-만보산책로-봉무동 마을길-강동새마을회관(편도 2시간30분). 삼국시대 고분군에서 시작해 조선후기 마을의 중심 자리까지 이어진다. 가벼운 흙길이 대부분.


7코스 : 폭포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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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입구-탑골 등산로-깔딱고개-상상골-동화사-폭포골 왕복-동화사 봉황문-동화교 정류장(편도 3시간). 코스 대부분이 그늘이고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에도 걷기 좋다. 대구올레 최고 인기 코스.


8코스 : 수태지 계곡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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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시설집단지구-대구시민안전테마마크-수태지-너럭바위-부인사-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길-동화사시설집단지구(순환 2시간30분). 계절별 특색이 잘 나타나는 올레길.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반긴다.


누구에게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묻고 싶은 순간이 온다. 이때는 길을 떠나 볼 일이다.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마주했을 때, 길을 걷다보면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사물의 섬세한 부분이 드러난다. 저 길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시간이 돈’이 된 지금, 사람들은 옛날만큼 걷지 않는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서는 또 텔레비전 앞에 앉는 ‘두 다리를 잃어버린’ 생활을 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는 이를 개탄한다. “아, 옛 시절의 한량들은 어디에 있는가. 민요에 나오는 게으른 인물들은,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고 총총한 별빛 아래서 잠자던 떠돌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행성을 두발로 직접 측량해 볼 일이다. 시속 4㎞. 느릿느릿 길을 걸으며 가장 우아하게 시간을 잃어보는 것이다.

팔공산의 8자를 딴 8개 코스
시인의 길부터 동화사까지
올레길에는 ‘이야기’가 있다
시속 4㎞, 느릿느릿 걷다보면…
또다른 세상을 만날 것이다

◆시속 4㎞로 느릿느릿 만나는 세상

대구 팔공산에는 12가지 올레길이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2008년부터 직접 발품을 팔아 하나씩 ‘찾아낸’ 길이다. 2007년 무렵 저탄소 녹색 환경을 중시했던 대구 녹소연에서 대구를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고 기획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팔공산의 8자를 딴 8개의 코스와 팔공산 자락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걸을 수 있도록 한 4개의 연결코스를 개발했다.

대구녹소연 사무국장 오병현씨는 팔공산 길을 샅샅이 훑으며 새로운 코스를 꾸준히 개발해 온 인물이다. 올레길을 다듬어 가면서 코스를 개발하고 팔공산 자락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 길에 이름을 붙여 의미를 더했다. 매년 한 차례 시민들과 함께 걷는 대규모 행사도 열어 대중에게 대구 올레길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코스를 만드는 데도 원칙이 있다. 길의 시작과 끝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길에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반나절 정도의 시간으로 코스를 마칠 수 있어야 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도 빠질 수 없다.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느린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면 환경과 건강, 교육, 생태, 관광, 지역개발 등 다양한 키워드는 하나로 융합된다. 걷는 것의 ‘매력’이자, 길이 가진 ‘힘’이다.

팔공산 올레길에는 길마다 사연이 있다. 8코스 수태골은 아버지와 나무하러 다니던 마을 주민의 소개로 만들어졌고, 2코스와 4코스를 연결하는 길이 만들어지면서 잊었던 도성사가 올레길을 통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7코스인 ‘폭포골 가는 길’을 만드는 데는 꼬박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동화사에서 시작되는 길을 찾기 위해 아침마다 동화사에 출근해야 했다.

“전국에서 대구만큼 자동차가 달리기 좋은 도시는 드물다”는 오 국장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걷기 불편한 도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팔공산의 올레에 이어 앞으로 도시철도를 기점과 종점으로 하는 ‘도시의 그린올레’를 개발 할 예정이다.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오 국장은 도심에서, 일상에서 걷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8주간 팔공산 8개 코스를 걷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대구시와 함께 지난 13일부터 11월1일까지 8주간 매주 토요일 대구올레 팔공산 8개 코스를 완보하는 ‘제4회 888 대구올레 걷기축제’를 열고 있다.

‘Back To Nature’이라는 축제의 슬로건은 지친 몸과 마음을 되돌아보고, 자연의 품에서 다시 깨어나자는 의미다. 참가자들은 대구올레 팔공산의 8개 코스를 매주 토요일 이어 걷는다.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함께 걷는 정기 올레 ‘Just Walking’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청소년들과 길 위에서 배우고 노는 ‘청소년 학교’, 건강한 삶을 제안하는 ‘채식학교’, 올레 생태따라 걷기 프로그램 ‘생태학교’ 등과 같은 ‘길 위의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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