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항문기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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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6 07:59  |  수정 2014-09-16 07:59  |  발행일 2014-09-16 제20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이야기] 항문기 인격

어른이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스러운 어른이 있는가 하면, 아이같은 어른도 있다. 어른으로 성장해 가면서 누구나 꼭 겪어야 하는 성장 과정이 있으며 철든다는 것이 그런 의미일 것이다.

한 성인의 인격 성향은 분명 그 사람의 성장과정과 관련이 깊다. 정신 분석학에선 이를 ‘발달’이라고 하고, 발달은 ‘변화’를 의미한다. 정신 분석학에서는 인간의 발달 단계에 몇 가지 중요한 순서가 있고, 그 순서는 차례대로 이어지며 각 시기마다 중요한 과제가 부여된다. 그리고 과제를 잘 수행해야 제대로 된 성장이 이뤄진다고 한다.

순서는 바로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혹은 오이디푸스기), 잠재기, 성기기’라 부른다. 그 과정을 다 겪어야 비로소 성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태어나 가장 먼저 소리 내어 운다. 울고 나서 젖을 빤다. 이때 나약한 아기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바로 ‘기본적인 신뢰’이다. 이 신뢰감을 느끼며 성장 한 아이는 다음 단계인 항문기로 넘어 가게 된다.

항문기는 생후 18개월부터 3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이때의 아이는 운동 근육과 신경이 발달하고 모든 관심이 구강에서 항문으로 이동하게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중요한 과제는 바로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다. 항문기의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이 획득한 신체의 자율성을 시험해 보고 기뻐하거나 좌절한다. 즉, 대변을 시원하게 볼 수도 있으며 혹은 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 시기에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하거나 혹은 방치해 버리면 아이는 중요한 숙제를 잘 마무리 하지 못하게 되어 인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보자. 엄격하고 강압적으로 대소변 훈련했고, 어린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나 벌을 준다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공포가 생긴다. 성인이 된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 항문기를 덜 벗어난 아이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그 어른 아이는 융통성이 없어진다. 마음이 개방적이지도 못하며 정돈, 완벽에 집착한다. 대인관계에서 조절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모든 일에 완벽함을 보이려고 노력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일을 그르치게 할 뿐이다. 내용의 세부, 규칙, 목록, 조직, 순서에 집착해 일의 중요한 부분을 알지 못한다. 그는 여유가 없다. 여가를 즐기지 못하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즐긴다거나 쉰다는 것을 인생의 실패로 여기며 늘 생산성에 집착하고 아무리 일을 해도 부족한 것 같다.

그는 지나치게 양심적이거나 도덕적이다. 그가 지니고 있는 도덕 윤리나 가치관에 관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견디지를 못한다. 그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준이나 가치관을 따라 주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지켜줄 사람은 없다. 결국 혼자가 된다.

돈 쓰는 것에 지나치게 인색해 자린고비는 저리가라 할 정도이며 낡고 가치 없는 물건에 집착 할 수도 있다. 이를 ‘항문기 인격’이라 부른다. 마음속의 아이가 아직 항문기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곽호순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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