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미성년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 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 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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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7   |  발행일 2014-09-17 제8면   |  수정 2014-09-17
[시민기자 세상보기] ‘미성년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 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아파트 놀이터나 학교 근처를 걷다 보면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는 아이는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없는 아이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반짝인다.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은 SNS를 하느라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가정에서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과의 전쟁’이다. 새벽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카카오톡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학생 딸, 마인크래프트, 바운스볼 등 이름조차 생소한 게임을 하느라 학습에는 관심도 없는 초등학생 아들. 부모들은 자녀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아 보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지겨울 때까지 하다 보면 흥미를 잃겠지” 하는 바람은 언감생심이다. 스마트폰 게임은 부모 세대가 어릴적 즐겨 했던 갤러그, 엑스리온, 테트리스 등의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새로운 게임 앱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세계일 뿐 아니라 터치 한 번으로 유해 사이트에도 접속할 수 있다. 사주는 순간부터 후회하는 스마트폰이라지만, 안 사주면 사줄 때까지 시달린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방송 강의에서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의 연구를 인용했다. 교수는 ‘게임 뇌(腦)의 공포’라는 책에서 “대략 일주일에 3일, 하루 1시간 이상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게임을 한다면 중학교에 가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사물에 대해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전두엽을 사용하지 않은 아이들이 사고를 거부하고 읽기와 쓰기를 싫어하는 무기력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아이치현의 가리야시 21개 초·중학교는 지난 4월부터 학부모회와 함께 밤 9시 이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실시했다. 시행 한 달 뒤 설문조사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수면 시간이 늘었다”는 등의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고 한다.

아이들과 ‘스마트폰 전쟁’에 지친 이웃 엄마들은 ‘미성년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나라가 대신 이 지겨운 전쟁을 끝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부모만 좋은 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법이 꼭 필요하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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