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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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19   |  발행일 2014-09-19 제42면   |  수정 2014-09-19
흥미롭거나 어렵거나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루시’

개봉 첫날, 성웅 이순신의 악당 변신을 확인하려는 젊은 관객들로 극장은 기대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거장 뤽 베송의 필모그래피를 채워줄 화제작 ‘루시’는 한국관객에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극 중 인상적 악역을 맡은 최민식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어느 날 지하세계의 악랄한 동양인 보스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납치돼 몸 속에 강력한 합성 약물을 넣은 채 강제 운송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전형적 SF물의 포즈를 취한다. 3명의 다른 운반책들과 같이 끌려가던 루시는 갑작스러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몸 속 약물이 체내로 퍼지게 되면서 인간의 평균 뇌사용량(10%)을 초과한 초능력 슈퍼우먼으로 거듭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SF영화는 과학적 상상력이나 가설을 플롯의 근거나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할 뿐, 반드시 입증 가능한 과학적 정설에 매달리진 않는다. 따라서 평범한 여인 루시가 단계적 과정(24%:신체의 완벽한 통제, 40%:모든 상황의 제어 가능, 62%:타인의 행동을 컨트롤, 100%:한계를 뛰어넘는 액션 작동)을 거쳐 진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과학적 신빙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그것이 관객의 욕구와 기대치에 부응하며 얼마나 그럴듯한 공명을 불러일으키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액션영화의 원톱 히로인으로 자리 잡으려는 스칼렛 요한슨과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 모건 프리먼(뇌과학자 노먼 박사 역), 그리고 뤽 베송이 한국까지 날아와 직접 섭외했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동양인 악당 최민식에 이르기까지, 안정적 연기로 무장한 개성적 캐릭터는 이 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프랑스인 감독이 흑인, 백인, 동양인 배우를 아우르며 타이베이(대만)와 파리(프랑스)에서 촬영·연출한 이 영화의 작위적 합성효과는 모든 것을 커버하기에 역부족이다. 환상적 장치에 편승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SF영화에서 메시지의 강도 조절과 방향성은 퍽 중요한 관건인데, ‘미래사회에서 이슈화될 인간존재의 근원적 모색’이란 교조적 메시지가 너무 진중해 대중영화가 감당하기엔 무척 불편해 보인다.

경일대 인문사회계열 자율전공학과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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