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블로그마케팅의 허와 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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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6   |  발행일 2014-09-26 제41면   |  수정 2014-09-26
“아직도 맛집 블로그를 믿으시나요?”
20140926
요즘 대다수 네티즌은 맛집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맛집을 검색해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검색 순위가 높은 파워 푸드블로거는 블로그마케팅 대행업체 관계자는 물론 빠른 시간에 대박을 내려고 하는 공격적 식당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된다. 처음엔 좋은 정보를 공유하려는 블로그가 최근 블랙 마케팅의 수단으로 악용돼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대구맛집’을 쳐넣었다.

천편일률적으로 포스팅한 블로그 식당 리뷰가 덩굴처럼 이어진다. 10개를 대충 훑어봤다. 그런데 기자가 평소 알고 있던 대구의 유명한 맛집은 눈을 닦고 쳐다봐도 없다. 다들 10~20대가 혹할 만한 프랜차이즈 계열 식당들뿐이다.

얼마 전 서울의 건국대 근처 한 돈가스점도 돈을 주고 ‘음성적 블로그마케팅’을 한 혐의로 치명상을 입었다.

해당 식당주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블로그에 ‘OOO 사장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솔직히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가게를 내놓을 생각이며, 유행처럼 모든 식당이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억울하다. 맛집 블로그가 대국민 사기인 걸 밝히고 떠나겠다”고 고백했다. 그는 포털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상단에 나오는 글들은 모두 업체나 돈을 받은 블로거들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돈은 10명당 33만원 정도 들었다”면서 “파워블로거들은 거지들이다. 이들은 매일 공짜로 밥 먹는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친구들까지 데려온다”고 비난했다.

사건의 발단은 파워블로거 모씨가 ‘인생 최악의 돈가스와 떡볶이, 그리고 치졸한 모니터링과 바이럴 마케팅 블로거들의 만행’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최근 맛집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맛집이다’ ‘최고의 맛집 탄생이다’라고 알려진 돈가스 집을 찾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정보와는 달리 음식의 맛과 서비스가 형편없었다. 작정하고 고발하려 한다”며 글을 올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맛집 블로그=대국민 사기극?
식당주가 일정금액 지불하면
파워블로거들 홍보 글 써줘
대부분 칭찬일색의 ‘감상문’
일부 블로거들 몸값 올리려
블로그 방문횟수 조작하기도
블로그 글만 믿고 찾아갔다간
형편없는 음식 실망하기 일쑤


◆ 바이럴마케팅의 실체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바이럴은 ‘바이러스(Virus)’의 형용사형으로 ‘감염시키는, 전이되는’ 등의 의미가 있다. 즉, 소문 등을 통해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에 대한 평이나 의견이 스스로 퍼지게 하는 마케팅 전반을 일컫는다.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이 기법은 더욱 왜곡되고 부풀려지고 있어 더 우려되고 있다. 자신의 권위와 자존심을 걸고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을 찾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접대 등을 목적으로 대가성 글을 포스팅하는 악성 블로거를 ‘블로거지’라 한다.

70년대는 음식칼럼니스트도, TV 음식프로도 없었다. 식당광고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맛을 본 단골이 입소문을 냈다. 그때는 문만 열면 식당업은 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다 안 되면 식당이나 차리지’란 말이 생겨날 수 있었다.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지 바캉스 부록 등에서 전국의 유명 관광지 주변 식당 정보가 수록됐다. 또한 천리안, 하이텔 등 PC 통신망을 통해 식도락동호회도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건 관계자들만의 한정된 정보라서 일반인한테는 별로 알려지지 않는다.

포털시대가 되면서 음식 정보는 카페에서 블로그로 이동한다. 2003년부터 네이버 블로그가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대한민국 블로그라고 하면 ‘네이버 블로그’(현재 85% 이상 시장 점유)로 통한다. 현재 네이버를 통해 3천여명의 파워블로거가 활동 중이다. 다른 포털까지 합하면 1만명 이상의 블로거가 있다.

전국 최고의 푸드 사이트로 불리는 대구의 ‘오푸드(www.ofood.com)’도 2003년부터 푸드블로거를 대상으로 시식행사를 해왔다. 그러나 그때는 식당주가 신메뉴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을 알고 싶다거나 오픈을 앞두고 가게 홍보 차원에서 블로거를 초대했다. 서로 간에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블로거의 포스팅 의무도 없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악성 블로거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오푸드도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시식행사를 하지 않는다.

파워 푸드블로거?

아무나 못 된다. 일단 그 식당의 본질이 뭔지, 식당 메뉴의 본질이 뭔지, 식재료는 어느 매장에서 구입했는지, 식재료 신선도는 어느 정도인지, 주인은 아침에 장을 보는지,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하는 오너셰프인지, 위생 상태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 조목조목 체크해야 된다. 최소 한식·일식·양식·중식은 물론 커피, 치즈, 와인, 심지어 코스트코 식품 리스트의 비밀 등에 대한 비교식품학적 안목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최소 10년 이상 전국을 종횡무진해야 이런 안목이 나온다. 그런데 현재 네이버 블로그 식당 정보는 그냥 칭찬 일색인 ‘감상문’ 수준이다. 좋은 푸드블로거를 찾는 것도 안목이다. 기자는 타지의 음식 정보를 얻기 위해 문화원 사무국장, 해당 지역 문화해설사, 조리사협회, 택시회사 등에 크로스체크를 해본다. 블로그 맛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를 캐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군 위생과와 문화예술과 직원한테서는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기 힘든 게 사실이다.

참고로 대구에서 그래도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믿을 만한 파워 푸드블로거는 ‘모모짱’ ‘준팔근팔’ ‘바람돌이’ ‘짱똘아빠’ ‘옥이네’ 정도다.


◆ 그린리뷰 캠페인 본격화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5곳에 불과하던 블로그 마케팅 업체가 현재 100여개로 늘어났고, 비공개로 활동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1천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업체들은 블로거를 광고주에게 소개해 인터넷 후기 1건을 올리는 대가로 3만~5만원을 받는다. 2011년 기업으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고 공동구매를 알선한 사실을 숨긴 파워블로거 7명이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구속돼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요즘 식당주는 블로그 마케팅 대행업체의 명함을 받는 게 일이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엄선된 파워블로거들이 카페 홍보글을 작성해준단다. ‘요즘엔 다 이렇게 한다. 안 하면 안 된다’는 말에 혹할 수밖에 없다. 블로거들은 각자 약속한 시간에 맞춰 가게를 찾아와 사진을 찍고 음식을 맛본 후 돌아간다. 2주 남짓 지난 후 특정 가게에 대한 20여개의 포스팅이 포털사이트에 올라가는 식이다. 일부 마이너 블로거는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블로그 방문횟수를 인위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상위에 검색되는 방법도 알려고 하면 다 알 수 있다.

블로그 글이 대가성 홍보글인지, 순수한 평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7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광고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추천·보증 등을 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상업적 광고임을 알 수 있도록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 이뤄진 실태조사 결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모호하게 표시하거나 단순 홍보글로 위장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6월 지침을 한 차례 더 개정해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표준문구’를 도입했다. 경제적 대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광고주에게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전체 매출액 대비 2% 이내)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광고문구를 이미지화해 모바일 검색 때 식별이 어렵게 하는 방법 등 각종 꼼수를 쓰는 게 현실이다. 홍보성이란 걸 밝히는 건 결국 홍보를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한국블로그산업협회가 ‘그린리뷰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자는 약속이다. 업체의 후원으로 작성하는 리뷰라고 해서 광고주의 뜻에 따라 편집하거나 칭찬 일색인 포스팅은 지양하고 기업이나 업체의 지원을 받은 경우엔 공개하자는 말이다.

아무튼, 블로거도 맛집 찾기가 어렵고 네티즌은 더더욱 어렵다. 오프라인에서 죽도록 발품을 파는 만큼 진정한 나만의 고수식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이 안 찾고 검색창만 믿는다면 결국 자기만 불행해진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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