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피그말리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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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9 07:44  |  수정 2014-09-29 07:44  |  발행일 2014-09-29 제15면
[행복한 교육] 피그말리온 효과

교감이 된 지 아직 채 한 달이 안 되는 신출내기여서 그런지, 밀려드는 학교 일을 해내기에 하루 24시간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며칠 전까지 공문 생산자 역할이었던 장학사로서의 과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공문이 너무 많다’ ‘보고 기한이 너무 촉박하다’ 등의 불평을 하는 나를 보면서 선생님들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다. 나 역시 머쓱하게 웃을 수밖에. 그래도 이렇게 미숙한 교감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선은 따뜻하다. 아니, 따뜻하다고 믿고 싶다.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의 이름에서 비롯된 이 용어는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심리적 효과를 일컫는데,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심리 효과이다.

인간은 심리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관점은 그 사람의 좋은 점만 찾게 만들고, 이는 당연히 칭찬으로 표현되어 고래마저 춤추게 한다. 이러한 피그말리온 효과는 학교 현장,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서 놀라운 변화로 나타날 때가 있다.

교실에서 평소 선생님이나 주변 학급 친구들에게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기대를 받는다면 그 학생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처럼, 교육의 질과 양을 떠나서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 하나로 학생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타인이 나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는, 어른도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요즘 들어 새롭게 느끼고 있다.

2004년, 8년 만에 새롭게 학급 담임을 맡은 적이 있다. 신규 교사로 발령받은 후 15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담임을 맡았기에 나름대로 훌륭한 담임교사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터라 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별 준비 없이 너무나 위풍당당하게 아이들과 첫 대면을 했다.

그러나 1년 내내 옆 반의 경력 2년차 선생님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그 행동을 따라 하기에 바빴으니, 아이들의 눈에는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늙은 여선생님으로 비쳤음은 당연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매번 전달사항 빼먹고 나중에서야 미안한 기색으로 사과하는 담임에게 ‘괜찮아요, 우리 엄마도 깜빡해요. 다음에는 잊지 마세요!’라며 놀림 반, 진담 반으로 용서해 줬으며, 심지어 전달사항을 빼먹어 짧아진 종례시간조차 즐겁게 받아들이고 다른 반에 자랑하곤 하였다.

그해 중학교 1학년 열네 살 어린 제자들의 그 넉넉한 시선 덕분에 20여년 교직 생활에 지친 늙은 엄마 선생은 심기일전, 지금 교감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칭찬이 반드시 피그말리온 효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게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른 또한 다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상대의 가치를 수용하고 서로를 칭찬하자.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닌, 눈을 맞대고 진심을 담아 서로 칭찬해 보자.
장성보<성서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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