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3] 똑똑한 개인들이 세상을 바꾼다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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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9   |  발행일 2014-09-29 제29면   |  수정 2015-07-10
‘소통의 힘’무료인터넷 시대 눈앞···첨단기술 무장한 개인 권력 과시
20140929
첨단기술로 무장한 똑똑한 개인은 개개인의 권력과시를 위해 1960년대 히피운동처럼 신문화혁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몇해 전에 있었던 ‘아랍의 봄’ ‘월가 점령’ 시위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도구가 군중을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돌연 사퇴를 둘러싸고 청와대의 내부 소통과정의 경직성과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업무처리 문화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방문 출국 당일 전격적인 사표제출과 즉각수리라는 이례적 신속성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데도 청와대에서 일절 배경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교 현장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공식 브리핑은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이런 일처리 방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이른바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대통령의 위치를 ‘심기경호’ 하려다 항간의 소문과 논란을 키웠다. 매사 쉬쉬하는 청와대의 경직성과 비밀주의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저급한 의혹과 정치쟁점만을 키운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의 시대에 뒤떨어진 폐쇄성과 비밀주의적 업무처리 풍토가 수직적 위계를 타고 정부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는 후기정보화 사회의 일처리 방식에는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화사회 웹·모바일 위력
정부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국민의 목소리는 더 커진다


위키피디아는 시장경제에 무선전화, 웹이 합류하면서 인간의 삶과 생각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첨단기술로 무장한 똑똑한 군중운동을 ‘차세대 사회혁명’이라 정의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가 첨단기술발전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래 정보화 사회에서는 컴퓨터나 기계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잃고 사회 융합보다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미래학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런 똑똑한 개인은 ‘무의식 속에 권위를 별것 아닌 것’으로 보고, 지도자나 국가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한 걸음 나아가 첨단기술로 무장한 똑똑한 개인은 개개인의 권력과시를 위해 60년대 히피운동처럼 신문화혁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전 지구촌을 달군 ‘아랍의 봄’의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은 상태이다. 실업인구의 30~40%를 차지하는 청년층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도구로 부패한 정권을 무너뜨렸는데 아직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은 세상을 바꿀 수 없고, 페이스북·애플·구글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2013년에 시작된 구글의 룬 프로젝트는 비닐풍선 속에 무료 인터넷 중계기를 성층권에 쏘아 올려서 무료인터넷을 공급하는 작업으로, 2020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또한 지상에서 전주 등에 무선인터넷 중계기를 깔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백화점에 들어가는 것은 무료다. 백화점 안에서 물건을 사가라는 식’으로 인터넷을 무료로 오픈하는 것이다.

그런데 향후 다가올 전 세계 무료인터넷 시대는 한반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게 된 인터넷은 북한 주민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 다른 나라가 어떻게 사는지 알게 해준다. 그때가 되면 많은 북한 주민이 자신들의 상황을 알게 되어 아랍의 봄처럼 대규모 시위를 통해 독재를 타도하려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통일이 될 수도 있고, 단순히 남북 간의 경계가 붕괴되는 엄청난 혼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바야흐로 정부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국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변화 무쌍한 미래가 우리 앞에 와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런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수평구조가 아닌 수직구조가 더 강화되는 상황이라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자료 제공=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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