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실천과 함께한 40년 제빵여정

  • 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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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01   |  발행일 2014-10-01 제11면   |  수정 2014-10-01
고령 ‘우리밀빵 전문집’ 조광래·배정금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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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배정금씨 부부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빵 하면 생각나는 그런 맛을 만들고 싶습니다.”

고령군 고령읍에 가면 30년 넘게 한곳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광래(58)·배정금씨(54) 부부를 만날 수 있다. 겉보기엔 세련되고 화려하지 않은 동네 빵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꽉찼다. 우선 상호만큼이나 크게 쓰인 붉은색 글씨의 ‘우리밀빵 전문집’이 눈길을 끈다.

이 조그만 읍에서 우리밀빵으로 현상유지가 될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잠깐의 염려는 기우였다. 재료 선택부터 완성된 제품의 맛과 가격까지 고객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우리밀 통밀가루와 유산균 발효 액종, 천연버터, 구워서 만든 천일염 등 조씨 부부가 엄선한 재료는 건강을 지키는 맛의 비결이기도 하다. 재료 대비 가격도 괜찮았다.

우리밀 등 건강 재료 엄선
지역 복지시설 빵 전달 등
수익금 사회 환원 ‘앞장’

조씨 부부가 빵과 맺은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고향인 구미에서 조씨 부모님은 조그만 빵 공장을 운영했다. 공장보다는 소규모 가내공업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그날그날 만든 빵은 인근의 구멍가게로 배달·판매됐다. 인근에서는 꽤나 유명한 빵으로 통했고 당시 서민에게는 유일한 고급 간식이기도 했다. 그 무렵 대기업의 이름표를 달고 카스테라 등의 빵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영세상인들은 공장 문을 닫게 되었다. 그때 조씨는 굳은 결심을 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받기로. 그래서 잘나가던 직장도 그만뒀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조씨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빵을 만들어서 1남1녀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세월은 어느덧 화살처럼 흘러 50대 후반의 나이가 됐다. 조씨가 빵을 팔면서 세운 원칙이 있다. 바로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 지역민들이 가게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 만큼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에서 지난해부터는 사회복지시설인 들꽃마을 등에 정기적으로 주 2~3회 빵을 전달하고 있다. 금액으로 연 500여만원 정도. 특히 올해 4월부터는 매월 희망복지지원단에서 선정한 2~3명의 저소득 계층 어린이(5~13세)에게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간사를 통하여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모두 14명의 어린이에게 생일 케이크를 전했다. 또 지난 여름에는 들꽃마을을 찾아 70여명에게 직접 빙수를 만들어 대접하며 잠시라도 더위를 식혀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착한가게로 등록, 매월 3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런 평범한 나눔의 실천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조씨 부부는 끊임없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신제품 개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바로 2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꾸준히 연구해 만들어낸 복블빵. 이 복블빵은 특허청에 등록한 웰빙 건강빵으로 복분자의 ‘복’자와 블루베리의 ‘블’자를 딴 이름이다. 경주의 황남빵, 통영의 꿀빵처럼 고령지역의 대표 빵으로 특산품이 되었으면 하는 야무진 꿈도 있다.

고령고교에서 제과제빵 겸임강사로도 활약 중인 조씨는 후배를 양성해 올해 도전하고 있는 제빵 기능장 자격증을 꼭 취득하겠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아, 옛날 고령에 그 빵집의 맛이 그립다’고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슴에 품은 조씨는 오늘도 연구하고 계발하면서 지역 상권을 지켜가고 있는 고령 토박이가 아닌 토박이로 살아가고 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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