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도연맹사건 항소심에서 승소 이끌어 낸 이승익·박경찬 변호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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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0   |  발행일 2014-10-10 제35면   |  수정 2014-10-10
“증거확보 어려웠지만…전쟁중 긴급하고 은밀하게 학살 자행된 사실이 재판부 마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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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민보도연맹사건 항소심에서 승소한 이승익(오른쪽)·박경찬 변호사.

지난 1일, 대구고법 제3민사부(강승준 부장판사)는 대구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 이모씨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보도연맹 희생자라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참길’ 소속 이승익·박경찬 변호사를 만났다.

-1심에선 기각됐는데 2심에선 승소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심에서는 희생자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희생자로 인정되었지만 주로 참고인의 전문진술에 기초하고 있어 망인들의 구체적인 사망경위를 밝히지 못했고, 시신 수습도 되지 않아 희생자들을 대구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망자가 희생될 시점이 전시상황이고, 그 처형 또한 긴급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졌다는 걸 강조했다. 또 유족조차 망인들의 사망여부나 사망경위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미 오랜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관련자가 거의 사망하거나 고령이어서 유족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유족이나 관련자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인정한 결과라고 본다.”

-그 밖에 승소 원인은.

“탄원서도 쓰고, 희생자별로 증인신청을 했다. 증인 중엔 희생자의 동생도 있었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형무소 수용자 명부가 없는 상태에서 증언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힘들었다. 재판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3명 모두 가창골에서 희생됐나.

“그건 정확히 어디라고 말할 수 없다. 가창골 외에 경산코발트광산, 송현동, 신동재 등지서도 학살이 이루어졌다. 우리가 맡은 3명의 희생자는 정황상 가창골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도연맹사건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렇다. 재판부에 감사한다. 재판부가 대구국민보도연맹사건의 특성이나 성격을 잘 이해하고 그에 부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가 상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빨라도 5~6개월, 늦으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 소송 말고도 보도연맹관련 소송을 맡고 있나.

“문경과 봉화에서 벌어진 보도연맹사건희생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고 있다. 이 건은 재판부가 1심에서 희생자로 인정했던 사건이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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