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에코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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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0   |  발행일 2014-10-10 제42면   |  수정 2014-10-10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장르: 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드라큘라의 고뇌와 영웅담 블록버스터로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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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가 세상에 처음 소개된 건 1897년 영국작가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통해서다. 빨간 눈과 날카로운 송곳니, 인간의 피를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이 공포스러운 캐릭터는 한편으론 영원한 젊음과 힘을 지닌 강렬함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드라큘라는 그만큼 창작자에겐 매력적인 소재가 됐다.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이하 드라큘라)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흡혈귀라는 공포스러운 악마의 이미지가 아닌, 그 기원이 되는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게리 올드만·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드라큐라’(1992)의 맥락을 잇는다.

강인한 군주이자 남편, 그리고 위대한 전사로 통하는 드라큘라(루크 에반스)는 백성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 하지만 막강한 군대를 갖춘 투르크 제국의 술탄(도미닉 쿠퍼)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야욕을 드러내며 복종의 대가로 드라큘라의 아들과 함께 사내아이 1천명을 요구한다. 드라큘라는 이를 거부함으로써 술탄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문제는 압도적인 전력의 투르크 대군과 대항하기에는 자국의 군사력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다는 점. 어쩔 수 없이 그는 전설의 동굴 속 악마를 찾아가 자신을 담보로 한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의 역사적 영웅으로 통하는 실존 인물 블라드 체페슈를 모티브로 삼았다. ‘드라큘(Dracul·용)’이라는 아버지가 받은 작위에 아들을 뜻하는 ‘a’가 붙여져 드라큘라로 불리는 그는 10만명에 달하는 오스만 튀르크의 대군을 고작 몇천명의 군대로 막아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이 흥미로운 영웅담에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더했다.

역설적이게도 드라큘라는 사랑과 평화, 희망과 용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됐다. 그 희생의 대가로 100명의 힘과 유성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을 지니게 됐지만, 악마로 터부시할 자신을 향한 세상 사람의 편견과 멸시도 감수해야 한다. 그는 자위한다. ‘세상은 영웅만을 원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괴물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 아닌가.

악마와의 거래를 수락했지만, 3일 동안 피에 대한 갈망을 참고 견뎌내면 그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영화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다. 인간도 악마도 아닌 드라큘라의 정체성에서 오는 갈등과 고뇌, 그리고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된 그가 술탄의 군대에 맞서 펼치는 3일간의 활약상이다. 흡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인간 드라큘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담아내는 과정에서의 만듦새는 제법 깔끔하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저주에 빠지게 된 드라큘라의 이야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보탠다.

‘드라큘라’는 아디다스와 게토레이 CF로 화제를 모은 개리 쇼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출 기법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을 선보였다. 그 덕에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법을 활용한 전투신은 CG의 식상함과 지루함을 탈피했고, 시각적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드라큘라로 대변되는 수천 마리의 박쥐떼가 순간 변이하고 박쥐의 시선으로 공중을 질주하는 장면은 그중 백미다.

기존의 영화와 차별되는 드라큘라의 고뇌와 영웅적 면모를 조명하는 감각적인 시도는 그 점에서 개리 쇼어 감독에게 딱 부합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힘을 보탠 건 연기 잘하는 블록버스터 전문 배우, 루크 에반스다. 그는 적을 압도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액션, 섬세한 감정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개리 쇼어 감독의 말마따나 “지도자이자 전사이고 아버지였던 모습부터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까지, 드라큘라가 지닌 드라마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배우”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분리가 아닌, 한 인물 안에 잠재된 다양한 모습과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 ‘드라큘라’가 좀 더 매력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다.


에코 (장르: 어드벤처 등급: 전체관람가)
외계생명체와의 우정·모험…그 옛날 ‘E.T.’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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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년 턱(아스트로), 알렉스(테오 할름), 먼치(리스 하트위그)는 오랫동안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절친이다. 하지만 마을에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가 결정되면서 이들은 헤어져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이별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턱은 자신의 휴대폰에 이상 신호가 잡히는 것을 발견한다. 세 소년은 그 신호가 누군가로부터 온 지도임을 알게 되고, 이주 하루 전날 밤 부모님 몰래 신호가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마지막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외계 생명체에게 ‘에코’라는 이름을 붙여준 소년들은 그가 사고로 인해 지구에 불시착한 사실을 알게 된다.

‘에코’는 외계 생명체 에코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하루 동안 펼치는 긴박한 모험과 우정을 그린다. 그런데 왠지 낯설지 않다. 소년들의 성장담을 SF장르로 담아낸 이 영화는 ‘E.T.’의 감수성을 뼈대삼아 ‘나 홀로’ 시리즈의 재기넘친 짜릿함, 팀 버튼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 그리고 ‘트랜스포머’의 비주얼적 장치까지 골고루 담아낸 영리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에코’가 지향하고 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과 모험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흥미진진한 이 모험극은 에코를 우주로 다시 보내주기 위한 아이들의 행동이 본격화되면서 발동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 최고의 퀸카 엠마(엘라 발슈테트)가 이들의 여정에 동참한다. 아이들은 휴대폰 지도가 지시하는 대로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에코에게 필요한 부품을 구하러 다닌다. 전당포는 물론, 미성년자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술집까지 호기롭게 들어가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재미와 위트가 넘치는 귀여운 소동극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진짜 난관은 에코를 쫓던 비밀 조직의 감시망을 피하는 일이다. 영화는 카메라 기록이라는 콘셉트를 선택해 이 여정을 더욱 역동적으로 풀어간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찍듯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진행되는 핸드헬드 기법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에코의 비주얼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과거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월E’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랄까.

작은 몸체에 큰 눈망울을 지닌 에코는 혐오스럽던 기존 외계인과 차별된다. 에코의 능력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금속을 분해했다가 다시 합체시키는 등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은 소년들과의 모험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하게 만든다. 충돌직전의 트럭이 분해된 뒤 다시 원상 복귀되고, 폐기물장의 고철이 벽을 이루는 모습 등은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영상 미학의 효과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방점이 찍힌다.

‘에코’의 연출은 개성이 돋보이는 여러 편의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로 주목을 받은 데이브 그린 감독이 맡았다. ‘E.T.’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그는 그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모험심, 흥미, 두려움 등의 다양한 감성이 지금의 자신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성이 ‘에코’를 통해 고스란히 투영되길 바랐다. 다큐멘터리 성격을 좀 더 가미하고, 아이들의 관점에서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작품 전반에 스며들게 하려는 시도는 여기서 기인했다.

‘에코’의 그런 감수성과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특성을 더욱 설득력있게 만든 건 아역 4인방이다. 몇 번의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이들은 활력 넘친 에너지와 개성으로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다이내믹한 볼거리와 순수한 동심을 담아낸 ‘에코’는 그 점에서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판타지를, 어른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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