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싸움에서 진정으로 이기는 법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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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3 07:55  |  수정 2014-11-06 15:22  |  발행일 2014-10-13 제18면
친구의 마음을 배려하고 먼저 화해를 청해 보세요
20141013
다온커뮤니케이션 유혜진

이웃에 사는 사자가 앓아누웠다는 소문을 듣고 여우가 병문안을 갔습니다.

“사자야, 어디가 아픈 거야?”

사자의 얼굴은 핼쑥하고 꺼칠했습니다. 병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밥맛이 좀 없어서.”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네가 밥맛이 없다니. 탈이 크게 난 것 같은데?”

여우는 걱정을 하며 사자의 갈기털을 쓰다듬었습니다.

“아니야, 난 그저…….”

“그저 뭐?”

여우는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늑대랑 다투었을 뿐이야.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식은땀이 나고 밥맛이 없는지.”

“음, 그래? 혹시 늑대가 널 때렸니?”

“그건 아니야. 내가 이렇게 덩치가 큰데 설마 날 때렸겠니?”

그렇습니다. 사자는 늑대와 몸싸움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자에게는 너무나 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늑대에게만 말해 주었던 비밀 이야기가 하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늑대야, 이건 너만 알고 있어. 사실 난 그리 용감하지 않아. 산길을 가다가 다람쥐가 바스락거리고 지나가기만 해도 무서워 죽겠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산길을 갈 때 나와 함께 가줘.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절대 비밀이야.”

사자가 다람쥐를 무서워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산 속 나라에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누가 뭐래도 사자는 동물의 왕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시름시름 앓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병에 걸렸던 것이지요. 겁 많은 사자의 마음의 병을 깨끗이 낫게 해 줄 약은 없는 걸까요?



사자가 고민에 빠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자가 늑대와 다툰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무에게도 알려주어서는 안 될 비밀까지 말해 줄 정도로 친한 친구인 늑대와 다투었으니 사자는 몹시 속이 상했을 겁니다. 친한 친구끼리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걱정거리가 없겠지만 이미 일어난 다툼이기에 사자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늑대 쪽으로 바꾸어 볼까요? 그렇다면 지금 늑대의 마음은 어떨까요? 사자와 다툰 것이 억울하고 분해서 사자의 비밀을 다른 친구들에게 일러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사자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친구와 다시 화해할 수 있을까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는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친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어 사이가 어색해진 적이 있나요? 항상 둘이 쌍동밤처럼 붙어서 허물없이 지내다가도 별 것 아닌 일 때문에 어느 날부터 둘의 사이가 데면데면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대개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이 나빠서라기보다는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네기가 쑥스러워서 그냥저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싫은 친구라면 모른 척 지내도 상관이 없겠지요. 그런데 분명 좋아하는 친구인데 한 번의 다툼으로 서먹해져버리면 서로가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사자와 늑대도 아마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싸움에서 자기의 입장만 내세우면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친구와 다툼이 있거나 오해가 있다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신이 마음 상하고 억울한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그런 마음이 있을 겁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조금 양보하고, 상대의 말을 들어 보세요. 다른 사람의 말을 마음으로 들으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생깁니다. 배려의 시작은 경청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에 친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용기를 내서 먼저 다가갑니다. 아무리 겁 많은 사자라도 이 순간에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큰마음을 먹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미안해 친구야. 네 마음이 무언지 알겠어. 우리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자.”

이렇게 말하면 싸움에서 지는 기분이 든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싸움을 한 번 시작했으면 이겨야 직성이 풀리겠는데,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하면 왠지 비겁해 보이기도 하죠? 괜히 싸움에서 진짜 진 것 같아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친구와 마음이 맞지 않아 다툼이 일어났을 때 ‘내 탓이다, 내가 조금 참자’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모릅니다. 서로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쓰는 순간부터 친구와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친구의 생각을 마음으로 듣고, 자신의 입장을 조금만 양보하고 참으면 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친구의 마음을 배려하고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은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넘어서는 값진 승리입니다.

나의 적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용서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관용입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싸움에서 진정으로 이기는 법은 상대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 기술 하나만 익히면 모두가 싸움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어린이를 위한 배려’(전지은·위즈덤하우스)

김대조<대구화원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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