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차장이 된 ‘앞산 맛둘레길’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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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7 07:24  |  수정 2014-10-17 07:24  |  발행일 2014-10-17 제6면
불법주차 차량 인도 점령···보도블록도 몸살
보행자 통행 불편 호소
관할 남구청은 뒷짐만
식당 주차장이 된 ‘앞산 맛둘레길’
16일 대구시 남구 앞산 맛둘레길 현충삼거리~앞산 빨래터공원 구간 인도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16일 낮 12시쯤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앞산 맛둘레길’.

불과 4년 전만 해도 폭 1m에 불과했던 인도는 최대 10m까지 확장됐다. 앞산 맛둘레길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걷기 좋은 거리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취재결과, 정작 맛둘레길의 주 이용층은 보행자가 아닌 이곳 식당가를 찾는 차량 운전자들이었다. 점심시간 이미 인근 공영주차장이 만차가 되자, 식당 주차요원들이 저마다 경광봉을 하나씩 들고 식당 앞 인도 위로 차량을 유도했다.

등산로에서 내려온 보행자들은 인도에 길게 주차된 차량 때문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보행자들은 몸을 최대한 움츠린 채 차량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인도 위 상습 주차구역의 보도블록은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대구 도심의 특화거리로 조성 중인 앞산 맛둘레길이 주객이 전도된 채 차량으로 점령되고 있다. 도심 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는 어긋나고 있다. 보행자들은 통행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관할 남구청은 인접 식당업주의 눈치를 보며 대책 마련에 뒷짐만 지고 있다.

남구청에 따르면 남구 현충삼거리~앞산 빨래터공원(1.5㎞) 구간에 조성되는 ‘앞산 맛둘레길 조성사업’은 사업비가 100억원(국비 50억원 포함) 투입된다.

차로를 축소하고, 대신 인도폭을 확장해 보행자 중심 거리로 만들고, 밀집된 식당 40여곳과 인근 거리환경을 말끔히 정돈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골자다. 2010년 착공했고, 이르면 올 연말쯤 마무리될 계획이다.

하지만 무질서한 현재 상황을 보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3년간 인근 식당가는 평균 25% 이상 매출이 늘어났지만, 보행자를 위해 닦아놓은 인도는 식당 손님의 주차공간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한 식당업주는 “차도를 축소하고 인도를 늘렸으니 자연히 주차공간이 줄었다. 자체 주차장이 없는 식당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청은 앞산 맛둘레길이 붐빌 것을 대비, 인도 중간지점에 대덕공영주차장(83면)을 마련했지만, 주말을 비롯해 붐비는 시간대에는 금세 만차가 되는 탓에 주변 인도로 차량이 넘쳐나고 있다.

박순옥 남구의원은 “차량들이 인도에 주차하지 않도록 주차시설 개선과 불법주정차 단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철우 남구청 도시재생총괄과장은 “현재 주차장(25면)을 한 곳 더 조성 중이며, 불법주정차 단속은 계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주차장 추가 조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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