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악한 것을 듣거든 귀머거리같이 하라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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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0 08:12  |  수정 2014-11-06 15:28  |  발행일 2014-10-20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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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할머니는 104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경로당에선 항상 비를 들고 쓸거나 걸레를 가지고 방을 닦고 먼지를 훔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답니다. 사람들이 다 모이면 문 밖에 나가서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도 일상처럼 즐겨 하셨답니다. 물론 그러한 일들은 집안에서도 항상 웃으면서 늘 같은 모습이었답니다.

할머니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이라도 악한 이야기가 나오면 듣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도 남의 험담이 나오면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하면 “뭐라 했노?” 하면서 동문서답을 하곤 했답니다. 할머니는 살아생전에 남과 다투거나 언짢은 말다툼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이 존경하였으니 많은 복은 저절로 찾아왔나 봅니다.

강태공은 ‘견선여갈(見善如渴)하고 문악여롱(聞惡如聾)’하라 하였습니다. ‘착한 일을 보거든 목마른 것 같이 찾아서 하고, 악한 일을 듣거든 귀머거리같이 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이르기를 ‘착한 일이란 모름지기 탐욕을 내고, 악한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강태공은 이름이 여상, 여망 또는 태공망이라고도 합니다. 김시습은 군자의 처신에서 ‘강태공은 위수에서 소일하던 일개 낚시꾼에 불과했다. 그는 맑은 강물에 낚싯대를 던지고 풀숲에 앉아 고기를 낚으며 일생을 보내려 했지만, 주나라 문왕을 만나 서로의 뜻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임금의 스승이 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 강태공은 제 몸 하나만 깨끗이 하면서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으려 해서 낚시꾼이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문왕의 요구로 왕의 스승이 된 것은 명성과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착한 일을 열심히 하고 악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삶 속에서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잘 맞아떨어진 것일 테지요.

‘들을 문(聞)’은 소리가 귀로 들어가서 들리는 것입니다. 문악(聞惡)은 악한 소리가 귀로 들어가서 들리는 것을 말합니다. 문경(聞慶)이라는 말은 경사스러운 일이 자꾸 귀에 들리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들을 청(聽)’은 소리가 들리도록 귀를 기울여 잘 듣는 것을 말합니다. 청(聽)자를 풀이하면 임금님이 귀로 덕스럽게 듣는다는 의미로 해석이 됩니다. 경청(傾聽)은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듣는 것을 말합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기도를 마치고 나오자, 기자들이 질문을 하였답니다. “뭐라고 기도하셨습니까?”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지요.” “하느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분도 열심히 경청하고 계셨습니다.”

들리는 것은 남의 힘에 의한 것이고, 듣는 것은 스스로 움직여서 하는 행동입니다. ‘들으면 병이요, 안 들으면 약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들어서 쓸데없거나 악한 말들은 안 듣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박동규<전 대구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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