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해 주어라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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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0 08:15  |  수정 2014-11-06 15:23  |  발행일 2014-10-20 제18면
남에게 배려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배려해 보세요
20141020
일러스트=최은지기자

#1. 초등학교 수업시간= 지도하는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줄지어 서서 실험 장치가 되어있는 간이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탈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고 조용히 걸어갔다. 따라가 보니 과학 관련 수업으로 아마도 지구의 자전축에 따른 태양의 고도변화와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지도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은 순시를 하며 도와줄 뿐 아이들끼리 역할 분담을 하여 어떤 아이는 실험을 하고, 다른 아이는 기록하고, 함께 협의하여 다시 탐구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2. 놀이공원= 경쾌한 음악과 온갖 소리로 북적이는 놀이공원에 놀이기구를 타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에 보조기구를 하고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아가 들어서자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대열 맨 앞에 서자 돌고 있던 놀이기구가 서서히 멈추어 섰다. 순간 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이를 공원 관리인 여러 명이 부축하여 놀이기구에 태우자 다시 돌기 시작하였다.


몇 해 전 연수를 받으러 외국에 나갔다가 겪은 일 중 유난히 잊히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입니다. 지도하는 어른이 아무도 없는데 흐트러지거나 장난을 치지 않고 조용히 이동을 하고, 서툴지만 진지하게 맡은 역할에 몰두하던 아이들의 모습과 장애가 있는 아이에 대한 모든 사람의 배려하는 모습은 “항상 학생들 스스로 저렇게 바르고 차분하게 활동할까?”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화가 나지 않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우리 반에 욱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외국에서 살다가 대학교 교수인 부모님을 따라 귀국하여 우리 반으로 전학오게 되었는데, 전학 온 첫날 학급 친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 환하게 웃던 욱이가 날이 갈수록 웃음이 줄어들었습니다.

“욱아, 한글이 서툴러서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 이곳의 학교생활은 어떠니?”라고 하자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글 공부를 조금씩 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은 많이 힘들지 않지만 교실에서 친구들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머리가 아프고 마음대로 내 물건을 만지고 귀찮게 해서 힘들어요”라고 하였습니다. 의외의 말에 놀라서 다음날 욱이 어머니께 학교 방문을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욱이 어머니를 통하여 그 나라의 부모님과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부모님은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도와주고 쉽게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에 비해 그 나라의 부모님은 아이 스스로 하도록 격려하여 때로 실수하거나 실패하고 틀려도 우리나라 부모님처럼 안타까워하지 않고 스스로 부딪혀 고민하고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지켜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동생활에 어긋나는 행동에 있어서는 단호하고 엄격하다고 하였습니다. 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하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놀 때는 신나게 놀다가도 교실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큰 소리를 내거나 친구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늘 “친구를 도와주고 남에게 폐 끼치지 마라”고 일러 주는 말을 하기 때문에 집이나 학교에서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여 행동으로 나타내고 반복된 실천으로 습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대체로 등교하는 자녀들에게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오너라” 하고 이르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면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내가 뿌린 배려의 씨앗이 자라 더 큰 열매를 맺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학기 초 한 해의 자기 목표를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수학을 잘 하겠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 “줄넘기왕이 되겠다”처럼 주로 공부나 기능을 키우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무엇이든 잘 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머리가 원하는 지혜와 지식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슴이 원하는 사랑과 배려에 대한 계획도 필요합니다.

“하루 한 번씩 남을 돕겠다”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 이런 목표는 어떻습니까? 자동차가 잘 달리려면 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여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우리 학급을 자동차라고 생각할 때 오른쪽 바퀴인 나 혼자만 열심히 움직인다고 쉽고 빠르게 달릴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함께 달려가야 할 친구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돌아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몸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아무리 느린 동작으로 행동해도 기다려 줄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 내가 맡은 역할이 힘들어도 묵묵히 노력하는 강한 마음,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지 곰곰이 살펴볼 줄 아는 신중한 마음, 이런 마음을 자신의 가슴 안에 모아보는 것이 어떠할까요.

임기숙<입석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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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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