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체포하라"…전과 20범 돌려세운 경관

  • 입력 2014-10-20 10:40  |  수정 2014-10-20 10:40  |  발행일 2014-10-20 제1면
대구 남부경찰서 정홍구 경위, 절도범과 15년 교류

대구의 한 경찰관이 절도 등으로 전과 20범에 이른 30대와 약 15년간 교류하며 그를 새 삶으로 이끌어줘 미담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남부경찰서 수사과 정홍구(47·경위) 형사 6팀장이다.


 정 팀장이 K(34)씨를 알게 된 것은 15년 전 대구 북부경찰서 초임 형사 때다.


 요즘의 '학교 짱'처럼 다른 학생의 돈을 갈취하고 이런저런 절도 짓을 하며 경찰서를 드나든 K씨의 손목에 정 팀장이 처음 수갑을 채웠다.
 아버지 없이 몸이 아픈 어머니, 누나와 살며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하던 K씨는 당시 가출한 고등학생이었다.


 K씨는 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나서 출소하면 다시 절도를 하고 또 구속되는 일을 반복했다.
 형편이 어려워 절도를 한 것이지 심성이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에 정 팀장은 교도소에 수감된 K씨에게 한 달에 1~2차례꼴로 면회를 갔고 영치금과 빵을 넣어줬다.

 

 처음엔 정 팀장이 첩보활동 때문에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했던 K씨는 정 팀장의 호의에 점차 마음을 열었고 어느 날 편지를 통해 그를 '형사님'이 아닌 '형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또 어떤 날엔 "믿음을 믿음으로 갚겠다"며 정 팀장에게 다짐하는 편지를 쓰기도하는 등 두 사람 사이에는 수십 통의 편지가 오갔다.
 K씨는 정 팀장의 도움으로 교도소에서 운전면허를 따고 지난해 출소한 후 운전하는 일도 하면서 성실히 살고 있다.


 정 팀장은 "당시는 지금과 달리 구속수사하는 경우가 많았고 초임 형사다 보니 사건 처리에 집중하느라 처음부터 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진 못했다"며 "형사 생활 20여년 동안 알게 된 피의자들이 여럿 있는데 그가 가장 마음 아픈 경우"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요즘 신임 형사나 동료 경관들을 상대로 '강력범죄 수사실무과정'에 대해 강의하면서 더러 K씨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린다.
 "마음을 체포하지 못하면 영구 미제다. 주범은 마음이다"라는 게 그가 하는 강의의 요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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