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죽음의 블랙홀’ 2천개 넘어

  • 최우석,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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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1 07:17  |  수정 2014-10-21 08:30  |  발행일 2014-10-21 제1면
도심 곳곳에 환풍구…市는 개수파악도 못해
일부시민 안전불감증…자전거로 지나가기도
대부분 설치 위치 낮아 타워형시설 등 필요

20일 오후 대구시 중구 중앙로네거리 인근 인도(폭 5m). 이곳 일부에는 폭 1.5m, 길이 9m 정도에 성인키를 훌쩍 넘기는 깊이의 환풍구가 설치돼 있다. 지하상가 환풍구다. 환풍구는 인도 바닥에서 발목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모서리 부분은 경사가 진 탓에 사람이 붐빌 때에는 자전거족이 인도 대신 환풍구 위로 지나가기도 한다. 이곳 인근에만 이같은 지하상가 환풍구가 7개 정도 있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추락 참사에서 드러나듯 지하 환풍구는 언제든 ‘죽음의 낭떠러지’로 변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구 도심에는 2천여개가 넘는 지하 환풍구가 산재해 있지만, 대구시는 환풍구의 정확한 개수와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사고 트라우마가 있는 대구시가 반드시 곱씹어볼 대목이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는 최소 2천여곳의 지하 환풍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면 이상의 주차공간이 있는 아파트나 상가 등의 지하주차장에는 의무적으로 환풍구가 설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위치와 안전시설 등에 관한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환풍구는 대구도시철도 역사 인근에 설치된 환풍구 434개(1호선 212개·2호선 222개)가 전부다.

환풍구의 무게(하중)기준을 살펴보면, 지하철 환풍구의 경우‘철도설계 기준’의 적용을 받아 1㎡당 500㎏의 기준을 적용받는다. 반면 국토교통부 고시인 ‘건축구조 기준’에 따르면 건물 지하주차장 환풍구는 1㎡당 100~500㎏까지 제각각이다.

가로 1m, 세로 1m의 돌출형 환풍구는 체중 70㎏의 성인 남성 2명만 올라가도 추락의 위험이 있는 셈이다. 반면 같은 크기의 지하철 환풍구에는 7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

지하상가 환풍구는 지하철 환풍구와 달리 안전 규정도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환풍구의 설치 위치 및 안전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양정훈 영남대 교수(건축학부)는 “어떤 환풍구는 인도에 붙어있고 또 일부는 무릎 높이로 설치되는 등 높이가 일정치 않은 데다 기본적으로 환풍구의 설치 위치도 낮다”며 “환풍구 위치를 성인 남성의 신장 이상으로 높게 하거나 해외처럼 타워형 환풍시설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 펜스를 설치하거나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등 안전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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