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비용 똑같이”···‘데이트 통장’ 인기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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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07:24  |  수정 2014-10-22 07:24  |  발행일 2014-10-22 제6면
남녀 역할 고정관념 탈피·불경기 영향, 젊은층 트렌드 자리매김

# 1직장인 이주현씨(여·27·대구 수성구 범어동)는 매월 1일이면 30만원을 남자친구와 함께 만든 ‘데이트 통장’에 입금한다. 비교적 월급이 많은 남자친구(31)는 매월 50만원을 같은 통장에 입금한다. 이씨는 “연애 초기에 남자 친구의 데이트비용 지출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데이트통장을 만들자고 내가 제안했다. 1년째 이용하고 있는데 계산을 누가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과소비도 막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2 대학생 정재현씨(23·대구 달서구 이곡동)는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용돈을 받는 학생 입장에서 데이트 비용 부담이 크기때문. 정씨는 “경상도 남자인 만큼 남자가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돈을 주로 냈지만, 부담이 크다. 최근 들어 부모님이 하시는 식당도 예전같이 않아서 자꾸 손을 벌리기도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20~30대의 젊은 남녀 커플을 중심으로 이른바 데이트 통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남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어려워진 경제사정 등이 복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르바이트 정보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4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비용 절감 노하우 방법 중 3위로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비용을 함께 관리한다’(12.5%)로 나타났다. 단어조차 생소했던 데이트 통장이 어느덧 젊은 층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달 지정한 날짜에 각자 약속한 금액을 통장에 입금하고, 발급받은 체크카드를 이용해 데이트 비용을 내는 것. 시중 은행에서 출시한 통장 중에서는 주로 극장,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등 데이트 코스의 할인 혜택이 높은 상품이 선호되는 추세다. 요즘은 통장 한 개에 체크카드 두 장이 발행되기도 한다.

직장인 오모씨(32)는 “데이트 비용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로는 연애를 할 때마다 데이트통장을 꼭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데이트 비용은 커플에게 큰 부담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8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 이상(72.2%)이 데이트 비용 문제로 헤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결국 핵심은 남성과 여성의 위상 변화다.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전제하에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했지만, 최근에는 양성평등이 강조되며 분담하는 추세로 가는 것”이라며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반적인 경제부진도 이 같은 현상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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