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며 음료 즐기고 정치·사회·문화 비평…카바레트를 아시나요

  • 최지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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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  발행일 2014-10-22 제8면   |  수정 2014-10-22
■ 김주권 한국 카바레트 연구회 대표
대한민국 최초의 카바레티스트 왕성한 활동
“시대를 반영한 에술·철학 나누고 싶다” 포부
공연 보며 음료 즐기고 정치·사회·문화 비평…카바레트를 아시나요
대한민국 1호 ‘카바레티스트’인 김주권 한국 카바레트 연구회 대표가 계산문화광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주 목요일 낮 12시30분 계산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소통’ 콘서트에서 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예술과 인문학이 만나 예술적 감성과 냉철한 이성을 종합하는 새로운 장르로 한국식‘카바레트(Kabarett)’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선 ‘카바레트’라는 장르를 본격 도입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1호 ‘카바레티스트’ 김주권 한국 카바레트 연구회 대표(44)의 포부다.

“카바레트는 극장에서 예술 공연을 보면서 음료를 즐기기도 하는 프랑스식 ‘카바레’에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비평이 첨가된 독일식 비평예술입니다. 정통 한국식 카바레 음악이라면 윤심덕 선생님과 현인 선생님이 번안곡으로 공연을 하셨죠. 그때 극장에서 음악과 예술을 음료 한 잔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즐기는 것이 ‘카바레’입니다. 저는 낭만적인 쇼 개념의 프랑스식 카바레보다는 만담형식이 첨가된 ‘카바레트’ 장르를 지향합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취미로만 여겨 감상 위주로 음악을 즐기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열정’ 음반을 듣고 잘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계기가 되어 성악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유학시절, 비스바덴에서 테너 가수로 일하면서 ‘카바레트’라는 장르를 만났지만, 삼류 무대로 치부하고 무시해 오던 중 독일 사람들이 쉽게 듣기 어려운 이야기에도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카바레트 공연을 챙겨보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독일인도 말맛에 따라 달라지는 어려운 이야기를 듣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카바레트라는 장르가 사람들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대한민국이 바뀌려면 이 장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때 그는 국민이었다가 시민으로 바뀌었다. 국가가 이끄는 대로 사는 국민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이 되어 국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국민의 사고가 깨어 있어야 하기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카바레트 장르는 우리나라에 안성맞춤이라 여겼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카바레트를 알리기 위해 2008년 카바레트 첫 공연을 했고, 2009년 한국 카바레트 연구회도 설립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불과 몇 년 안된 ‘카바레트’를 알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그가 카바레티스트 외에 하는 활동이 또 있다. 한국 자살예방 시민연대 대구시 부지회장, <사>우리공원 가꾸기 운동본부 대구 부지부장 등이다. 카바레티스트와는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카바레트를 하게 되면 사회비평을 많이 하게 됩니다. 비평을 하다 보면 부조리가 보이죠. 힘든 면이 보입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이 대구 청소년 자살문제였고, 그러던 중 자살예방 시민연대 활동을 권유받아 같이 하게 됐습니다. 감옥 같이 느껴질 수도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살예방 교육을 하는 것보다 자연과 접하면서 정서적 문제를 해결할 길을 고민하게 됐죠. 인간은 자연과 접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자연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은 곧 천명을 안다는 것이고 천명을 안다는 것이 곧 인간을 아는 것입니다. 이렇듯 어우러져야 하기에 아이들을 자연으로 끄집어 낼 근거를 만들고 그 교육 프로그램을 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살예방 시민연대에서 우리공원 가꾸기로 가게 된 거죠.”

그는 인문학이 죽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했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골방의 인문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교육에 첨가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골방의 철학이 아닌 시대를 반영한 예술과 철학을 나누고 싶다”며 “우리가 발전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된다는 것을 제시하는 게 바로 철학과 예술이다. 자기만의 예술, 철학을 고집하는 일방적 이야기보다 나눔을 통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지혜 시민기자 jihye79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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