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대구·경북 人] 강원 철원 속 울진마을 140여가구 “50여년 지나도 우리는 울진 사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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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08:05  |  수정 2014-10-22 08:05  |  발행일 2014-10-22 제29면
태풍 ‘사라호’ 때 집 잃고 이주
고향 그리며 지명 ‘근남면’으로
[재경 대구·경북 人] 강원 철원 속 울진마을 140여가구 “50여년 지나도 우리는 울진 사람”
사라호 태풍으로 울진군 근남면 집을 잃고 철원군 근남면 마현1리로 이주한 주민들.

지난 19일 저녁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1리(이장 백순철) 민통선 마을. 대구에서 올라온 관광버스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이 ‘꿈에 본 내 고향’을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자, 차내 여기저기서 훌쩍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50여년 세월이 남긴 실향의 한과 안타까움에 가슴으로 울먹였다.

노래를 부른 손만익씨(85)는 이 마을 울진군 근남면 출신 남자 최고령자다. 손씨는 “커피값 하라”며 10만원을 남우진 사무국장의 손에 꼭 쥐여주며 놓을 줄 몰랐다.

이날 대구에 거주하는 재구 울진군 근남면민회(회장 최흥로·사무국장 남우진)와 대구 근남인들의 모임인 망양회(회장 장극윤) 회원 30명이 근남면 마현1리를 찾았다. 이곳은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집을 잃은 울진군(당시 강원도 울진군) 근남면 등의 주민이 1960년 이주해 정착한 철원 속의 울진마을이다. 이주민들은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지명까지 근남면으로 지었다. 이곳은 현재 250여 가구 중 140여 가구가 울진 출신이며 지역에서 가장 부자마을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이곳에 울진군 출향인들이 50여년 만에 처음 찾아온 것이다. 근남면 이주민 80여명은 찾아온 고향사람 손을 꼭 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자리에는 신해식 철원군 근남면장이 참석해 이들을 축하했다.

대구 출향인들은 울진특산물 가자미, 문어, 소라회와 가자미찜, 울진 생막걸리를 가져가 고향의 정과 맛을 듬뿍 전했다. 남우진 사무국장은 “불과 5시간 거리를 50년 걸려 왔다”며 당초 지난 설날 찾으려 했으나 눈 때문에 연기됐다고 귀띔했다. 최흥로 회장은 마을회관에 40인치 벽걸이 TV 한 대를 기증하고 회관 앞에 울진군화인 매화나무 두 그루를 기념 식수했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재배한 파프리카와 토마토 30상자를 선물했다.

최 회장은 “친형제보다 더 반겨주고, 정겹게 마치 이웃사촌처럼 환대해 주셔서 감사한다”면서 내년에 또 함께할 것을 약속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랐다.

기사제공=향우신문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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