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경북서 유독 5만원권 찾기 힘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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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2   |  발행일 2014-10-22 제31면   |  수정 2014-10-22

시중에 풀린 돈 가운데 5만원권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 5만원권이 한국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그런 현상이 더 심하다. 5만원권 환수율이 부산·경남에 이어 전국 둘째로 낮다고 한다. 지역에 풀린 5만원권 100장 중 고작 6장만 지역 한은으로 돌아온다. 나머지는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거나 다른 지역에서 돌고있다는 얘기다. 그 원인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지하경제로 숨어들었다는 설이 매우 유력하다.

대구·경북 5만원권 환수율의 연도별 추이를 보자. 발행 첫해인 2009년 4.9%에서 2010년 30.3%, 2011년 44.0%, 2012년 48.2%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25.4%로 뚝 떨어졌고 올 들어 8월까지 이보다 휠씬 저조한 5.6%에 머물고 있다. 왜 지난해부터 5만원권이 갑자기 사라졌을까.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에 주목한다. 박 대통령은 증세(增稅) 하지않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래서 집권초기 강력한 세무조사가 실시되면서 돈이 지하로 숨어들어갔는데, 이때 5만원권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한은 대경본부 국감장에서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5만원권 환수율 저조는 지하경제 활성화, 재산은닉, 탈세 등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라진 5만원권’을 걱정하는 것은 지하경제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경제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지하경제는 탈세로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5만원권 발행으로, 소득을 탈루한 사람은 작은 금고만 있어도 쉽게 돈을 보관해 둘 수 있고, 자녀에게 현금으로 증여할 수 있다. 현금거래를 늘려 세금을 피하는 데도 좋은 수단이다. 비자금·리베이트·뇌물 등 불투명한 거래에도 악용된다. 이 모든 것에 5만원권은 매우 유용하다.

돈은 돌아야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활성화도 가능하다. ‘사라진 5만원권’과 대구·경북 경기침체는 관련성이 크다. 환수율이 333%에 이르는 곳(제주도)이 있는 것을 보면, 사라진 5만원권 상당수는 다른 곳에서 돌고 있다는 뜻이니 기가 막힌다. 지하경제 양성화 이전에 화폐 수요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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