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당중 3학년 강정은 수영 여자배영 100m 金 이어 개인혼영 200m도 금메달

  • 변종현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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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4   |  발행일 2014-10-24 제21면   |  수정 2014-10-24
몸은 꿈을 꺾으려 했지만 물은 꿈을 이루게 해줬다
인천장애인AG 최연소 2관왕
대구 성당중 3학년 강정은 수영 여자배영 100m 金 이어 개인혼영 200m도 금메달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200m 개인 혼영 SM14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강정은(대구 성당중)이 경기 후 숨을 고르고 있다. <강정은 가족 제공>
대구 성당중 3학년 강정은 수영 여자배영 100m 金 이어 개인혼영 200m도 금메달
작은 사진은 금메달 시상 후 아버지, 언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강정은(가운데). <강정은 가족 제공>

소녀는 어릴 적 꿈이 많았다. 피아니스트에서부터 수학 교사, 미술가에 이르기까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꿈 욕심쟁이’였다. 하지만 지적 장애(3급)를 지닌 소녀를 키워야 하는 아버지는 그때마다 가슴을 쳐야 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딸의 꿈을 뒷바라지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녀의 어머니 역시 지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더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 같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도와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버지의 어깨를 짓눌렀다. 딸은 아버지의 무거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해맑은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런 딸이 국가대표 수영 선수로 변신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자신의 열다섯 번째 생일에 말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막내, 중학교 3학년인 16세 소녀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23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치러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개인 혼영 200m SM14 결선에서 강정은(성당중 3년)이 2분45초7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날 강정은은 시종일관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50m를 33초47로 통과한 강정은은 100m 지점과 150m 지점도 1위로 통과했다. 놀라운 점은 1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1~3구간 기록도 1위였다는 사실. 격차를 엄청나게 벌렸고, 결국 강정은은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결승점에 도달했다. 2위인 홍콩의 차우위엔잉과는 무려 5초08 차. 전날 여자 배영 100m S14에서도 차우위엔잉을 제치고 이번 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오른 강정은은 2관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키 160㎝로 수영 선수로서는 다소 평범한 신장의 강정은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승부욕이 강한 강정은은 학기 중에는 3시간, 방학 때면 4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또래와 다른 삶을 사는 사춘기 소녀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대답 없는 물살과 몸으로 대화하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터.

강정은은 올 초 인터뷰(영남일보 4월7일자 15면 보도)에서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친구들을 보기 힘들어요. 일요일에만 잠시 짬을 내 놀이터에서 노는 게 전부예요”라며 아픔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소녀의 꿈을 이루게했다. 강정은은 2012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고,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구 달서구(구청장 곽대훈)의 ‘우수 장애인 선수’로 언니 강주은(지적 장애 2급)과 함께 선발된 강정은은 지난 4월 브라질 장애인수영대회에 출전, 배영 100m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국가대표가 되는 데 필요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수영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경기 후 강정은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와 표정으로 금메달의 기쁨을 표현했다. 옆에 있던 아버지 강인호씨는 “정은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내 딸이 장애가 있든 없든 내 딸 정은이다. 정은이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어 한다. 꼭 그 꿈도 이뤘으면 좋겠다”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변종현기자 byeonjh@yeongnam.com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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