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신부는 2시간짜리 뮤지컬의 주연배우가 된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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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4   |  발행일 2014-10-24 제41면   |  수정 2014-10-24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코스요리+환상공연’ 신개념 웨딩문화…대구 스파밸리 내 웨딩홀 ‘씨엘 더 포레’호
세련된 블랙톤 내부…중앙 행진무대 ‘패션쇼 런웨이’ 방불
전문 팝페라 가수 공연…신랑신부는 가운데서 가볍게 율동
하객은 뷔페 대신 앉은 자리서 특급호텔급 풀코스 요리 만끽
신랑신부는 2시간짜리 뮤지컬의 주연배우가 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4인조 남성 팝페라 가수인 ‘카오스’가 씨엘 더 포레 예식장에서 공연 버전으로 커플을 위한 축하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스파밸리 내 웨딩홀 ‘씨엘 더 포레’(대표 최원규) 컨벤션홀.

한 신혼부부는 마치 뮤지컬의 주연배우 같았다. 커플은 단 한 번밖에 없는 이날을 위해 일부러 서울에서 잘나가는 남성 4인조 팝페라가수 ‘카오스’를 섭외했다. 커플은 네 명의 남자 가수 중간에 서서 가볍게 율동을 한다. 웅장한 사운드에 실린 카오스의 열창을 하객들은 모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잡담을 하고 수시로 들락거리며 주위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여느 하객과 매너가 사뭇 달랐다. 사실 하객은 다 같은 하객이다. 하지만 어떤 분위기냐에 따라 하객의 품격도 달라질 수밖에. 이곳은 뷔페도 없다. 일단 입장하면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밖으로 못 나가도록 유도한다. 진지하고 차분하고 격조 높은 예식을 만들기 위해서 강구한 특단의 조치다. 하객은 호텔디너쇼 때처럼 정해진 테이블에 앉는다.

1부 예식이 끝난 뒤 제공되는 풀코스요리를 앉은 자리에서 호사스럽게 즐길 수 있다. 전체 예식시간은 무려 2시간. 여기서는 오전 11시, 오후 1·3·5시 등 모두 4타임만 운영한다. 다른 곳보다 머무는 시간을 두 배 늘렸다.

이날 상당수 하객은 소란스럽지가 않고 음식까지 앉은 자리에서 먹어 조금 어리둥절했다. 예식장인지 공연장인지 헷갈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인이 부르는 평범한 이벤트 노래가 아니라 유료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가창력 빵빵한 무대여서 하객은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의 고급스러운 시설이 그걸 가능하게 해주었다.


◆뻔한 웨딩문화에 도전장을 낸 ‘씨엘 더 포레’

특히 자신의 웨딩 공간을 ‘프리미엄급 파티스타일’로 규정한 씨엘 더 포레 측.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대구의 예식문화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심정으로 이 웨딩홀을 그랜드오픈했단다.

일단 내부 인테리어부터 특색있다. 예전의 웨딩홀은 흰색 위주. 지금은 한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특별한 결혼식을 연출하기 위해 집중할 수밖에 없는 블랙톤으로 내부를 치장한다. 이곳은 고상한 흑청색이 주조컬러다.

요즘 가장 달라지고 있는 현상은 웨딩홀 ‘행진 무대 높이기’. 홀의 중앙에 길쭉하게 놓인 무대는 일단 객석보다 훨씬 높다. 그 무대는 패션모델이 워킹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공연장 같은 웨딩홀을 위해선 당연히 조명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곳의 조명시스템은 일반 예식장과 완전히 다르다. 6억원 이상 들여 라이터의 설치 각도와 광량, 그리고 색광까지 고려한다. 그래야만 커플이 공연의 주인공처럼 부각된다. 알고보니 톱 뮤지컬로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과 명성황후의 조명을 담당한 서울 ‘73 컴퍼니’ 백시원 대표가 이곳 천장 조명 시공을 했다. 음향도 입체적이고 육중하다. 실제 인기가수 공연이 가능할 정도로 조명과 음향이 연계된 특수라인을 구축했다.

규모도 상당하다. 메인 컨벤션홀이 1천320㎡(400평)에 달하고 동시에 350명이 9인용 원형 테이블에 앉아 풀코스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예전처럼 분주하게 뷔페식당으로 몰려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음식을 먹게 만들었다.

현재 요리는 부산 조선비치호텔 등을 거친 서동환 셰프가 엄선한 메뉴가 세련된 코스로 나온다. 모둠 고급 쿠키, 전병롤, 훈제오리, 산양산삼떡갈비와 모둠 조개구이, 약밥, 녹각갈비탕, 전통떡, 수정과 등이 이어진다.

서 조리장은 씨엘 더 포레만의 메뉴라인을 자랑한다. “사실 가장 느긋하고 즐겁게 먹어야 될 웨딩식사가 언젠가부터 가장 천대받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줄을 서야 되고 찬음식과 따뜻한 음식이 한 접시에서 섞여버려 맛을 제대로 느낄 수도 없었죠. 우린 왜 대접받는 듯한 식사를 예식장에서 할 수 없을까란 의문을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하객에게 가장 알맞은 제철 메뉴라인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행사 당일 혼주와 신부를 책임지는 웨딩매니저 대령

결혼 당일 가장 정신이 없는 사람은 역시 혼주와 신혼부부. 물론 계약된 웨딩플래너가 일정을 챙겨주기도 하지만 현장에선 역시 역부족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곳에서는 웨딩매니저 2명을 투입해 혼주와 커플에게 경호원처럼 근접서비스를 한다. 아무래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웨딩도우미보다 훨씬 살갑고 격조있게 도움을 준다. 1주일 전 식권을 받으러 올 때부터 이들 매니저가 일정을 체크해준다. 당일 예식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집에 갈 때까지 종일 붙어다닌다. 1주일이 지난 뒤 혼주한테 안부 전화를 걸고 1주기가 되면 감사문자를 보낸다.

지하에는 혼주만을 위한 숨 돌릴 공간도 별실로 만들어 놓았다.

최원규 대표가 이렇게 새로운 매뉴얼을 구축한 이유를 설명한다.

“대한민국 예식문화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혼주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철저하게 신혼커플 중심입니다. 커플 중심이 되다보니 전문 웨딩플래너가 생겨나고 예식장 공간의 인테리어는 물론 주례사 문화까지 모든 파트가 다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주례사가 무조건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혼주에겐 충격이지만 커플에겐 이상하지가 않아요.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다 문을 닫아야 합니다. 저희도 뷔페를 없애고 예식하는 장소에서 바로 근사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사진제공=씨엘 더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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