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한정식과 숯불구이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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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4   |  발행일 2014-10-24 제41면   |  수정 2014-10-24
[짱똘아빠의 식도락] 한정식과 숯불구이의 만남
용지봉 한정식의 갈비살.

주변에 다양한 음식점들이 있지만 괜찮은 한정식당의 필요성은 나이를 한 해, 두 해 먹어감에 따라 절실해진다.

주로 상견례·환갑·칠순 같은 집안의 행사 때나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 한정식당만큼 요긴한 곳도 없다. 특히 외국에서 방문한 손님에게 식사대접을 하기엔 무난하면서도 가장 적절한 곳이 아닐까 싶다.

괜찮은 한정식당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주변 분들에게 종종 받긴 하지만, 그 필요성만큼 마음에 쏙 드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게 한정식당의 현주소로 보인다. 개인적인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치르는 값에 비해서 음식은 다소 부실하다는 게 이제껏 다녀본 한정식당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아쉬운 점이다. 한 끼 식사로는 부담스러운 값을 치르는데 막상 차려진 음식은 보기엔 화려해도 실속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한정식당을 찾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물론 음식값의 대부분은 분위기값이라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음식에 대한 욕심도 버릴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한 집에 단골을 정하지 못하고 대구에서 괜찮다는 한정식당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적당한 만족과 적당한 실망을 느끼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단골집으로 삼을 만한 곳을 한 군데 찾게 되었다.

몇 달 전 지인들과 들안길에 있는 한정식 전문점인 ‘용지봉’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기대 없이 찾아간 곳이다. 예닐곱 명이 만나는 자리라 조용한 장소가 필요했고, 이럴 땐 한정식당이 가장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용지봉은 현재는 들안길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원래는 수성구 범물동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도 한정식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꽤나 괜찮은 고깃집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고깃집으로 시작한 덕분일까. 용지봉의 가장 큰 장점은 한정식코스에 숯불구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기만 먹기엔 찬이 부족하고, 한정식에만 치중하기엔 뭔가 메인이 약한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이 집은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느낌이 든다.

가격에 따라서 갈비살이나 등심이 차려지는데, 그 양도 그리 박하지는 않다. 앞서 차려지는 음식들을 먹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 배가 제법 부르다. 한정식과 숯불구이라는 메뉴의 구성도 좋지만 찬들의 맛이 하나하나 깔끔한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지난 십여 년을 안주하지 않고 음식에 대한 연구와 맛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게 손님상에 차려진 음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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