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박수무당역 김성균

  • 윤용섭
  • |
  • 입력 2014-10-27 07:55  |  수정 2014-10-27 08:28  |  발행일 2014-10-27 제22면
“드라마 ‘응사’이후 악역을 해도 관객들 웃어”
목사역 맡은 조진웅과 5번째 호흡
소소한 웃음이 담백한 작품 만들어
서른다섯의 내모습 전달하려고 노력
20141027



“내가 굿 전문이요. 그게 어때서요.” 고아원에서의 생이별 후 30년 만에 극적 상봉에 성공한 두 형제, 상연과 하연. 박수무당인 동생 하연은 목사인 형 상연이 던진 “굿도 하니?”라는 질문에 기분이 상한 듯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헤어져 있던 시간만큼이나 종교 차이로 인한 오해와 갈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두 사람이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그런 두 형제의 흥미로운 만남과 함께 상봉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진 치매 걸린 엄마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김성균은 이 영화로 상연 역의 조진웅과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형보다 늙어 보이는 외모에 말 많고 오지랖 넓은 박수무당 하연 역은 특히 충무로가 주목하는 김성균에겐 의미있는 캐릭터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을 소화하며 지난 2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그가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면,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그 행보에 본격적인 힘을 실어줄 작품이 될 거라는 점에서다.

일찌감치 김성균의 잠재력을 간파한 장진 감독은 “너무나 정석적이고 고전적인 정통파 배우”라며 “텍스트가 주는 느낌을 고스란히 지키는 그가 이 영화에서 꼭 필요했다”고 헌사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맛깔나는 경상도(그는 대구출신이다) 사투리부터 디테일한 표정 연기까지, 코믹 연기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투톱은 처음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할 듯하다.

“찍을 때는 몰랐다. 그냥 진웅이 형과 호흡을 맞춘 게 행복하고 재밌기만 했다. 그런데 내 얼굴이 크게 실린 포스터가 나오고, 개봉일이 다가오니까 이제서야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떨린다. 요즘은 매일 예매율을 체크하고 지인들에게 우리 영화 홍보하는 게 일과가 됐다.”

-느낌은 어떤가.

“분위기가 좋다. 살짝 기대하고 있다.”(웃음)

-‘응사’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되게 많았다. 일단 캐릭터의 비중과 성격이 달라졌다. ‘응사’ 이전에는 비중과 분량은 작지만 임팩트 있는 악역이 대부분이었다. 걱정됐다. 이런 역할만 하다보면 금방 한계에 다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서사가 있는 악역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잠깐 등장해서 임팩트 있게 나쁜 짓 한 번 하고 빠지는 역할은 지양하고 싶었다. 그런데 ‘응사’ 이후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량하거나, 심지어는 누군가의 피해자 역할까지 들어왔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우리는 형제입니다’ 같은 영화도 찍게 됐다.”

-당신의 첫 코믹 장르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고 볼 수 있나.

“오래전부터 장진 감독님과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 ‘응사’를 끝내고 나서 어떤 작품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응사’가 한창 이슈가 될 때 영화 ‘용의자’가 개봉됐다. 그런데 악역이지만 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빵 터졌다고 했다. 그런 게 신경이 쓰인다. ‘응사’에서 나를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셨지만 그렇다고 차기작에서 또 대학생 역할을 하거나 전처럼 악역을 하는 건 좀 우스꽝스럽게 생각됐다. 그때 이 영화의 대본을 받았다. 이건 악역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그야말로 서른다섯 살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영화가 내재하고 있는 엄마 코드, 형제 코드가 너무 좋았다.”

-전작들이 워낙 센 역할이어서 이번에는 좀 심심하지 않았나.

“수시로 바뀌는 것 같다. ‘화이’를 찍을 때는 온 몸에 피 묻히고 이상한 웃음 짓고 항상 칼을 들고 다녔다. 내 마음까지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조용하고 차분한 드라마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응사’에서 한동안 순진한 대학생 역할을 하다보니 다시 얼굴에 피를 묻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런 것 때문에 다작을 했던 것 같다.”

-사실 박수무당과 목사 형제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기대할 관객도 있을 텐데, 영화는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분명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진 않았나.

“사실 원작에서도 목사와 무당 사이에서 벌어지는 코믹적인 부분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진웅이 형과 내가 이 소재를 살려 코미디를 좀 만들어보면 어떨까 얘기했다. 그랬는데 막상 엄마를 찾는 간절함에 집중하다보니 그러지 못했다. 대신 지금의 소소한 웃음이 남았다. 결과적으로 그런 웃음이 이 영화를 더욱 담백하고 깔끔하게 만든 것 같다. 만약 처음 생각대로 우리 둘이 코미디를 만들어냈으면 영화는 무지 너저분해졌을 거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장진 감독님이 숨겨놓은 코믹 포인트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찍으면서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그런 매력들이 살아 숨 쉬었다.”

-조진웅과의 호흡은 어땠나.

“진웅이 형과는 평상시에도 자주 술자리를 가질 만큼 친하다. 그래서 부담감이 생겼다. 친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이상하고 어색할 것 같았다. 서로 일상의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터라 오글거리고 닭살이 돋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워낙 형의 감성이 좋다. 나는 감정을 잡으려면 발동이 걸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형은 바로 몰입한다. 그렇게 매번 먼저 도달해 있으니까 난 그 분위기에 편승만 하면 된다. 정말 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흔히 말하는 소심한 A형이다. 잡생각도 많고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연극할 때 자유 블로킹이 있다. 말 그대로 무대위를 자유롭게 걸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나는 선배 앞으로는 절대 못지나간다. 그래서 선배 뒤로만 걸었다. 그랬더니 한 선배님이 이렇게 말했다. ‘연기를 잘하려면 너무 착하면 안된다’고.”

-한때 경제적인 이유로 연기를 포기할 생각도 가졌다고 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굉장히 풍족해졌다. 돈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있고 동료나 후배 술도 사줄 수 있다. 그럴 때면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씩 지쳐가는 감이 있다. 이제 겨우 2년쯤 지났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빨리 회복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촬영 틈틈이 가족과 캠핑을 간다. 조용한 곳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오면 육체적으로 조금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응사’ 멤버 셋이 최근 ‘꽃보다 청춘’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부럽진 않았나.

“엄청 부러웠다. (유)연석이는 라오스가 천국이라고 말했다. 셋 모두 라오스 향수에 걸려서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나도 제의를 받았는데 ‘꽃보다 청춘’인지는 몰랐다. 그냥 여행프로라고만 전해들었다. 당시 영화 ‘살인의뢰’를 찍고 있었는데 캐릭터가 좀 강했다. 아내가 죽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다. 도저히 여행을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안 생겼다. 지금은 불러주면 무조건 땡큐다.”(웃음)

-그들은 자주보는 편인가.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자주 보지는 못한다. 대신 카카오톡에선 항상 만난다.”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내가 밥벌이도 못할 줄 알았다.’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예전 연극할 때 김상호 선배님이 해주신 말이다. 사실 그 당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밥벌이도 못하고 살겠구나’ 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여서.”

글·사진=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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