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은 패션? 잘못하면 감염질환 유발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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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8 07:41  |  수정 2014-10-28 08:54  |  발행일 2014-10-28 제20면
[우리동네 주치의] 서영배 구미강심내과 원장 - 피어싱, 사랑니 그리고 심내막염

피어싱 열기가 뜨겁다.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어 국내에 이미 20만명 이상이 피어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구선수 이승엽, 김병현이 귀 피어싱을 해 야구계의 ‘뉴트렌드’라 불리기도 했고, 가수 이효리 역시 과거 배꼽 피어싱으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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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이 혈관 따라 심장으로
심내막에 염증 일으켜
치료시기 조금만 놓쳐도
심각한 합병증·장애

약물중독·인공판막 등
감염 고위험군
피어싱·치아 발치 전
항생제 사용해야

◆개성만점, 그러나 감염 위험

문제는 피어싱이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최근 문신과 피어싱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간염,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파상풍, 한센병(나병), 흑색종, 각종 세균성 질환, 피부 염증, 알레르기, 연골괴사, 신우신염, 뇌농양, 복막염, 치주염, 감염성 심내막염은 물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 원장은 “피어싱은 또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자 패션의 아이템이지만 피어싱으로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 특히 감염성 심내막염, 간염이나 에이즈 같은 위험한 질환에 감염될 수 있다”며 “피어싱 시술은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하고, 의료기관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랑니를 뽑다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의 신문기사가 있었다. 사고 원인은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혈액순환을 따라 심장판막에 항체와 항원 파편들을 쌓이게 해서 감염성 심내막염을 유발한 것이었다. 피어싱처럼 감염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랑니도 똑바로 예쁘게 나고, 이를 닦을 때 칫솔도 잘 닿고, 아랫니와 꼭 맞물려서 씹는 역할도 잘한다면 굳이 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사랑니는 거의 없는 것이 문제다. 스페어타이어와 같은 사랑니는, 원시인들의 두개골 조사에 의하면 성인이 될 시기에 치아의 손상으로 어금니 하나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때 사랑니가 그 필요를 채워준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야생의 식습관에서 자유로워져 어금니 손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날 자리 없이 이리저리 삐뚤하게 나거나 반쯤 누워서 어중간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칫솔이 잘 닿지 않아 치태와 치석이 잘 생긴다. 그 결과 충치 등 잇몸에 심한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랑니 발치가 많이 이루어진다. 이때 잇속 세균(특히 뮤탄스균)들이 발치 후 상처부위 혈관을 통해 심장에 도달하여 심내막염을 일으킨다.

◆감염성 심내막염

그렇다면 감염성 심내막염은 어떤 질병일까. 간단히 말하면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심장의 내막에 균체를 형성해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대부분 심장 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으로 치료를 안 할 경우 100%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심장 판막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과 장애를 남긴다.

심내막염을 앓게 되면 심장의 판막이 열려야 하는데 닫히고, 닫혀야 될 판막이 열리게 되어 결국 심장 기능이 상실되어 심부전 상태에 이른다. 염증은 복부의 장기나 소장, 대장, 뇌에 침범해 경색을 야기하며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서 원장은 “심내막염의 발병률은 연간 10만명 정도로 상당히 낮아졌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위험인자가 변하고 있다”며 “과거 심내막염의 주 원인이었던 류마티스성 심장질환은 이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신 약물중독(마약), 선천성 심장질환, 인공판막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혀나 코에 하는 장신구(피어싱)에 의한 헤모필루스 아프로필루스(Haemophilus aphrophilus)라는 원인균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심내막염은 각종 요인에 의해 손상받은 심장내피 세포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혈소판 응집이나 덩어리로 형성된다. 이 덩어리에 균이 부착되어 염증반응을 더욱 유발시켜 발열, 비장 비대, 관절통, 근육통, 동맥 색전증, 신경학적인 증상(수막염, 출혈성 경색 등), 점상출혈, 빈혈, 심장잡음 등을 야기시킨다.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인한 심장판막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약물중독, 마약, 선천성 심장질환, 인공판막 등)에서는 피어싱 시술 전에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또 고위험군의 치아(사랑니 등) 발치나 위·대장 내시경, 내시경상 조직검사, 비뇨기과적 시술 시에는 치료 30분에서 1시간 전 고용량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심내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이다. 고열 외에도 오한, 발한, 식욕감퇴, 체중감소, 호흡곤란, 기침, 두통 등 감기에 걸렸을 때 겪는 증상들이 골고루 나타난다. 따라서 3~4일 이상 치료를 해도 감기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때는 한 번쯤 감염성 심내막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서 원장은 “심장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심장초음파상 심장에 침범한 세균염증으로 인해 판막이 훼손돼 너덜거리는 특징적인 병변을 확인해야 한다”며 “내과적 치료는 보통 6~8주간 항생제를 사용하며,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심장을 열어 병이 발생한 부위의 절제와, 필요 시 인공판막 대치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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