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오는 손님 돌려보내는 서비스

  • 이미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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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9   |  발행일 2014-10-29 제10면   |  수정 2014-10-29
[시민기자 세상보기] 오는 손님 돌려보내는 서비스

우리 동네는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 그런지 상가 건물마다 미용실이 하나쯤 있는 편이다. 고루 분포되어 있으니 손님이 분산돼서 찾아가면 얼마나 효율적일까마는 파리 날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철 손님이 끊이지 않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미용실도 있다.

필자가 기다리는 대열에 합류한 지도 몇 해나 됐다. 주로 문 여는 시간에 가거나 전화를 해보고 가기도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날은 책 한 권을 들고 간다. 새로운 미용사를 들인 적도 있지만 그녀의 손길만을 원하는 손님들 때문인지, 손발이 안 맞는 건지 한두 달 후면 그만두기 일쑤다.

기다리는 걸 감수하고라도 그곳에 가는 건 내 차례가 오면 나에게만 집중해 주기 때문이다. 꽃꽂이 전문가가 꽃대궁을 알아서 커팅하듯이 그녀의 가위질에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기다리는 이가 많아도 서두르지 않는다. 언젠가는 바빠서 손님 없는 옆집에 갔는데 한가한 데도 불구하고 꼼꼼한 손길이 아니어서 다시는 가지 않게 됐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녀는 손님이 기다리는 걸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솜씨에 대한 증거라도 되는 양이어서 썩 유쾌하진 않다.

하지만 손님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로 인식해 왔다. 올초부터 기다릴 필요가 없는 옆 동네 미용실을 찾아냈다.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곳인데, 손님이 들쑥날쑥해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는 그녀는 욕심 버리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그곳에 예약 없이 무작정 가는 이는 그곳에 첫걸음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예약제임을 안내하고 미련 없이 돌려보낸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할 만도 하지만 한 사람이 끝날 때까지 다른 손님은 일절 받지 않는다.

그녀에게 머리를 하면서부터는 미용실에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우리 동네 미용실에선 당연시하던 기다리는 시간을 그녀가 존중해 주는 느낌까지 더해져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시댁일이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는 예약을 받지 않으므로 시간도 자유롭게 쓴다.

오는 손님 다 받는 미용실과 안배해서 받는 미용실의 차이점은 뭘까. 모래시계의 모래가 핀포인트를 통과하는 시간이 일정한 만큼 하루에 보는 손님 수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의 시간을 배려해준 시스템은 우리 동네 미용실에선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을 선사하며 시간을 칼같이 지키게 만든다. 기다리는 사람 한 명도 없지만 예약을 하려면 언제나 다음 주라야 되는 미용실, 그녀는 정도(正道)를 지킨다. 그녀의 정도는 무작정 오는 손님은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미애 시민기자 m05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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